"항상 꿈꿔왔다" 10년 전 야탑고 콤비→ML에서 감격 상봉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5.31 04: 06

10년 전 한국의 어느 한 고등학교에서 키스톤 콤비를 이루던 까까머리 학생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만났다. 야탑고 1년 선후배 사이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박효준(26·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감격스런 상봉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피츠버그전. 이날 경기를 앞두고 메이저리그 콜업을 받아 트리플A에서 이동해 합류한 박효준은 10회초 승부치기에서 2루 대주자로 나섰다. 3루 덕아웃에서 2루로 뛰어가며 샌디에이고 3루수 김하성과 눈인사를 했다. 
후속 투쿠피타 마르카노의 희생번트 때 박효준이 3루에 진루하자 김하성이 그에게 다가갔다. 2-2 동점으로 맞선 연장 승부, 긴박한 상황에서도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반가워했다. 두 선수는 같은 한국인이자 고등학교도 같이 다녔던 1년 선후배로 특별한 관계다. 

연장 10회초 승부치기 상황, 무사 2루 주자로 나선 피츠버그 박효준이 마카노의 희생번트 때 3루로 안착해 샌디에이고 3루수 김하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5.30 /dreamer@osen.co.kr

경기 후 박효준은 김하성과 만남에 대해 “항상 꿈꿔왔던 것이다. 하성이 형과는 고교 때부터 같이 했는데 프로 와서도 같은 경기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서야 이렇게 할 수 있어 기분이 남다르다. 뿌듯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며 기뻐했다. 
연장 10회초 승부치기 상황, 무사 2루 주자로 나선 피츠버그 박효준이 마카노의 희생번트 때 3루에 안착해 샌디에이고 3루수 김하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5.30 /dreamer@osen.co.kr
경기도 분당 야탑고 출신으로 2011년 김하성이 입학한 뒤 이듬해 박효준이 들어왔다. 2012~2013년 2년간 야탑고 내야를 함께 지켰다. 2013년 2루수 김하성, 유격수 박효준으로 키스톤 콤비를 이뤘다. 그때만 해도 두 사람이 메이저리그에서 이렇게 만날 줄 누구도 몰랐다. 
한국 고교 동문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상대 선수로 만난 건 야탑고가 역대 3번째. 광주일고 출신 내야수 최희섭이 선배 투수 서재응, 김병현과 투타 대결을 가진 바 있다. 지난해에는 인천 동산고 출신 투수 류현진(토론토)과 내야수 최지만(탬파베이)이 투타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김하성과 박효준은 투수와 타자로 직접 대결을 한 건 아니었다. 같은 내야수로 이날 김하성은 2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했고, 박효준은 10회 대주자로 교체출장했다. 잠깐 스치듯 지나가긴 했지만 10년 전 처음 만난 선후배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의미 있는 ‘투샷’을 남겼다. 
연장 10회초 승부치기 상황, 무사 2루 주자로 나선 피츠버그 박효준이 마카노의 희생번트 때 3루에 안착해 샌디에이고 3루수 김하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5.30 /dreamer@osen.co.kr
김하성은 지난 2014년 KBO리그에서 데뷔한 뒤 최고 유격수로 성장한 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했다. 박효준은 2015년 뉴욕 양키스와 계약으로 바로 미국에 건너가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지난해 빅리그 데뷔했다. 그리고 2년차가 된 올해 상대팀 선수로 빅리그에서 마주했다. 
사실 갑작스런 만남이었다. 개막 로스터에 들었으나 지난달 23일 트리플A로 내려간 박효준은 외야수 벤 가멜이 햄스트링을 다쳐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긴급 콜업됐다. 전날 트리플A에서 야간 경기를 마치고 새벽에 연락을 받았다. 아침 비행기를 타고 4시간 비행을 거쳐 이날 경기 시작 전 덕아웃에 왔다. 몸을 풀 시간도 마땅치 않았다. 
박효준은 “갑자기 연락을 받고 급하게 왔다”며 “하성이 형과는 가볍게 인사만 했고,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콜업 과정이나 경기 상황이 이야기를 나눌 만큼 여유있진 않았다. 하필 이날은 시리즈 마지막 경기라 양 팀 모두 곧바로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했다. 올 시즌 6차례 맞대결 일정마저 끝나면서 야탑고 빅리거들의 만남은 내년 이후를 기약하게 됐다. /waw@osen.co.kr
연장 10회초 승부치기 상황, 무사 2루 주자로 나선 피츠버그 박효준이 마카노의 희생번트 때 3루에 안착해 샌디에이고 3루수 김하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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