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듬직할 수가 없습니다.”
KIA 김종국 감독이 부임 첫해 받은 FA 선물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150억 외야수’ 나성범의 이름만 나오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정도로 든든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성범이 입단 첫해부터 계약 규모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6년 총액 150억원에 KIA와 FA 계약한 나성범은 첫 시즌을 맞아 51경기 타율 3할3푼 9홈런 38타점 OPS .975의 성적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OPS, 출루율(.429) 2위, 타점 4위, 타율, 최다안타(64개), 장타율(.546) 5위, 홈런 공동 7위 등 각종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황. 기복 없이 꾸준히 3할대 타율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사실 KBO리그 투수들에게 나성범은 NC 시절부터 공포의 대상이었다. 진흥고-연세대 출신인 그는 지난 2012 NC 2라운드 10순위로 프로에 입단해 외야수 골든글러브 두 차례(2014, 2015) 수상과 함께 2020년 홈런 34개를 치며 NC의 통합우승 주역으로 거듭났다. KIA 입단 전 프로 통산 성적은 타율 3할1푼2리 212홈런 830타점 814득점으로 클래스가 달랐다.
최근 잠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NC에 있을 때는 타석에 들어서면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해야 했는데 같은 팀이 되니 이렇게 듬직할 수가 없다”라고 웃으며 “해줘야할 때 꼭 해주는 선수다. 역시 해결사답다. 우리 팀에는 주장 김선빈이 있지만 야수진의 실질적인 리더는 나성범이다. 우리 팀에 와서 너무 잘해주고 있다”라고 흡족해했다.

올해의 경우 공격뿐만 아니라 선구안까지 150억이라는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NC에서 144경기를 뛰며 38볼넷, 출루율 .335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51경기를 치른 가운데 볼넷이 27개, 출루율이 .429에 달한다. 칠 때는 치고 기다려야할 때는 기다릴 줄 아는 야구를 선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나성범은) 프로 생활을 10년 하면서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을 정립했을 것이다”라며 “올해는 공격도 공격이지만 오래 보는 야구를 한다. 본인이 해결하는 건 물론 찬스를 뒤에 이어주는 역할까지 잘해주고 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성범은 지난 1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으로 활약하며 최근 5경기 연속 안타에 성공했다. 6-3으로 앞선 7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좌중월 솔로홈런을 치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김 감독은 “상대가 추격할 때 달아나는 홈런을 날려준 나성범이 중심타선에 제 몫을 다해줬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부임 첫해부터 대박 선물을 받은 KIA의 초보 사령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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