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박항서 후임' 베트남 공오균 감독 "부담이요? 길 열어주셔 감사하죠"[우즈벡 인터뷰①]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2.06.02 05: 11

베트남 ‘국민파파’ 박항서 감독의 뒤를 이어야 한다. 부담이 있지만 설렘이 더 크다. 최근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공오균 감독(47)은 긍정적인 앞날을 그렸다. 
베트남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우즈베키스탄에서 막을 올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참가해 호성적을 노린다. 공오균 감독의 데뷔 무대다.
조별리그 C조에서 베트남은 ‘디펜딩챔피언’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경쟁한다. 2위까지 8강행 티켓이 주어진다.

 지난 30일 오후(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베트남 U23 남자 축구대표팀 공오균 감독이 OSEN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에 이어 베트남 U23 사령탑으로 선임된 공오균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통해 베트남 U-23 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2022.06.02 /cej@osen.co.kr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베트남 U23 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박항서 감독의 몫이었다.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동남아시안(SEA) 게임’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공오균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줬다. 박항서 감독은 국가대표팀에 집중한다.
더 이상 오를 곳 없어 보이는 팀의 감독을 맡게 된 공오균 감독이다.
박항서 감독은 U23 대표팀을 이끌고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SEA 게임 금메달이란 엄청난 성과를 냈다.
성인 대표팀에서의 업적은 더욱 대단하다. 2018년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2019년 아시안컵 본선 8강 진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일궈냈다. 별명이 베트남 ‘국민파파’일 정도니, 그를 넘어서는 감독이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공오균 감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부담감이 크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팀에 입혀보겠단 각오다.
축구 팬들에겐 익숙한 이름이다. 공오균 감독은 한국 17세・18세・20세・23세 이하 대표팀 코치로 오랜 시간 일했다.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 대표팀 코치로 신태용 감독을 보좌했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직도 잠시 역임했다. 현역 시절엔 대전시티즌, 경남FC, 선샤인코스트FC 등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다.
 지난 30일 오후(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베트남 U23 남자 축구대표팀 공오균 감독이 OSEN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에 이어 베트남 U23 사령탑으로 선임된 공오균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통해 베트남 U-23 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2022.06.02 /cej@osen.co.kr
OSEN은 이번 대회가 열리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한 카페에서 공오균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첫인사를 나눌 때 ‘긍정 에너지’가 숨겨지지 않았던 그는 역시나였다. 공오균 감독은 “하하. 제가 밝은 기운을 가지고 있나요?”라고 입을 뗀 뒤 “맞다. 긍정적이다. 안돼도 해보고, 실패하면 바로 일어나는 성격이다. 그리고 안되면 되게끔 해야죠”라며 웃었다.
무게감이 상당할 U23 베트남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오균 감독은 “하(한숨). 부담감이 엄청난 자리다. 고민 많이 했다. 동시에 다른 나라 A대표팀 감독 제의도 와서 더욱 그랬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베트남 가서 못하면 비난을 배로 받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결정을 빨리 내렸다. ‘더 좋은 일이 될 수 있겠다. 박항서 감독님께서 길을 열어놓으셨으니, 들어가는 길이 편하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그랬더니 베트남을 빨리 가고 싶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선수단에게 주입하고 싶은 것은 ‘자율 속 규칙’이다. 공오균 감독은 “선수단이 즐거워야 한다는 주의다. 자유를 주되 '‘축구 틀' 안에서 지켜야 하는 규율은 어기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선수단 입장에선 갑작스럽게 감독이 바뀐 셈이다. ‘파파’라고 부를 정도로 박항서 감독님을 잘 따랐던 베트남 선수들에게 혼란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공오균 감독은 “분위기는 여전히 좋다. 잘 따라와 주고 있고, 선수들이 오히려 편하게 대해준다”며 고마워했다.
공오균 감독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어린 세대 친구들 눈높이에 맞춰 다가가고 있다. 처음 도착해선 하루를 꼬박 새워 선수들 이름을 외웠다”며 “기술적인 부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생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 연령별 대표팀 코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터. 그는 “앞으로의 감독 생활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나만의 방향인 ‘자율 속 규칙’을 선수들에게 입히는 게 중요하다.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꼭 해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0일 오후(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베트남 U23 남자 축구대표팀 공오균 감독이 OSE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항서 감독에 이어 베트남 U23 사령탑으로 선임된 공오균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통해 베트남 U-23 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치른다. 2022.06.02 /cej@osen.co.kr
베트남은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한 조에 묶였다. 공오균 감독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어쩌나. 한국은 분석을 잘해도 우리를 뚫을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으면서 “최대한 잘 분석해서 SEA게임 우승한 기세를 몰아 잘 상대해 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베트남 축구’에 진심이다. 당장엔 대회 트로피가 욕심이 나지만 멀리 내다보면 그보다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진심에 진심을 담으며 공오균 감독은 “짧은 기간 내 우승하는 것이 물론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면서 "베트남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고 싶다. 어린 선수들을 잘 발굴해 키워야만 가능하다. 앞으로 더 눈여겨보고 기회를 주면 좋은 선수들을 지금보다 많이 보유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베트남에서의 최종 꿈을 말했다.
공오균 체제는 오는 3일 0시 태국과 조별리그 1차전을 통해 첫선을 보인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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