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반응 궁금해"..폭력·노출 버린 박찬욱, 탕웨이x박해일 만난 멜로수사 '헤어질 결심'[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2.06.02 12: 35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폭력과 정사 장면이 없는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는 어떨까. 칸의 선택을 받은 데 이어 한국 관객들도 호응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오전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볼룸에서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 주연 배우 탕웨이, 박해일 등이 참석했다.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배급 CJ ENM, 제작 모호필름)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수사 멜로극이다.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앞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칸의 감독상은 박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이후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심사위원상(박쥐)을 차지했고, 한국 영화계 감독상은 2002년 '취화선' 임권택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박찬욱 감독은 "내가 시차 적응에 완전 실패해서 오늘 횡설수설 하거나 헛소리를 해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며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고, "그전에는 칸 영화제가 상장 밖에 없었는데 영화제가 바뀌었더라. 원래는 황금종려상만 트로피를 줬던 것 같다. 그런데 트로피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3번째 수상보다도 한국에서 개봉해서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제일 중요하다. 특히 이 영화는 나의 전작보다 좀 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 특히 탕웨이의 한국어 대사가 특별하다. 그런 만큼 나에겐 외국 영화제 수상보다 한국 개봉의 결과가 더 기다려진다. 한국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고 긴장된다"며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박찬욱 감독은 "3~4년쯤 된 것 같은데, 스웨덴 경찰 추리 소설을 오래간만에 읽었다. 고등학생 때 10권으로 이뤄진 시리즈의 한권을 읽은 후 시리즈의 처음부터 다시 변역된 것을 읽었다. 그 소설 속 경찰관을 중심으로 신사적인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원래 캐스팅이 안 될 수도 있어서 특정 배우를 정하지 않는데, 정서경 작가한테 박해일을 두고 시작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박해일의 '해'자를 따서 '해준'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정 작가와 여자 주인공은 중국인으로 설정하자고 했다. 그래야 탕웨이를 캐스팅할 수 있으니까"라며 '헤어질 결심'의 시작을 언급했다.
수사 멜로극 장르에 대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자고 했다. 칸에서 인터뷰할 때 누군가 '50% 수사와 50% 로맨스라고 하면 되겠습니까?'하길래 '100% 수사와 100% 로맨스 드라마'라고 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며 "말장난이 아니라 분리할 수 없겠다는 게 관점이다. 다시 말해서 형사가 용의자를 만나는 관계, 탐문 조사, 자료 조사, 심문 조사, 미행, 잠복 등 근무하면서 들여다 본다. 형사의 업무라는 것이 이 영화에서는 연애의 과정이다. 그래서 분리할 수 없다. 유혹과 거부, 밀당, 원망, 변명하고 이런 연애 과정이 심문 과정에서 벌어진다"고 답했다.
파격적인 이전 작품들과 분위기가 달라진 것에 대해 박찬욱 "글자 그대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영화를 의도했었다. 폭력과 정사 장면, 노출에 있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필요한 만큼 구사했다. 그런 영화들은 관객에게 들이대는 것처럼 눈앞에 갖다 대는 류의 영화였다. 이번에는 좀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며 "감정을 숨긴 사람들의 이야기인만큼 관객이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까이 스스로 가서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싶었다. 미묘하고 섬세해야 하고, 변화를 잘 들여다 봐야하기 때문에, 다른 자극적인 요소를 낮춰야 가능했다"고 답했다.
탕웨이는 극 중 사망자의 아내 서래로 분해 한국어 대사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남편인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만추' 이후 12년 만에 출연한 한국 영화다. 
탕웨이는 "안녕하세요 탕웨이입니다"라며 한국어로 첫 인사를 건넸고, "칸 영화제의 첫 느낌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영화를 즐기는 것을 오랜만에 본 느낌이었다. 햇볕이 찬란했고, 분위기가 열렬하면서 뜨거웠다. 오랜만에 박찬욱 감독님과 박해일 씨도 만났다"며 영화제 참석 소감도 밝혔다. 
탕웨이는 "감독님을 만나서 영화 이야기를 들을 때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다. 감독님이 구술로 해주셨는데, 들으면서 물을 마실 정도로 흥분됐다. 천천히 감독님의 얘기 속에 들어갔고, 감독님의 눈빛, 작가님의 눈빛이 따뜻했다. 그 느낌 때문에 내가 외국어로 연기 해야하지만 이미 마음 속에 안심되고 걱정이 없어졌다"며 "박찬욱 감독님 영화 스타일을 매우 좋아하는 팬으로서 감독님과 작업한 것은 행운이라고 느꼈다. 감독님은 배우에게 걱정을 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는 감독님이라고 믿었다. 집중해서 내가 하는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고, 나 때문에 인내하고 용인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내비쳤다. 
박찬욱 감독 영화의 새로운 스타일에 대해 탕웨이는 "그전에는 맛으로 따지면 무거운 맛인데, 이번에는 담백하다"며 "예전의 맛은 진한 김치의 맛이라면, 이번에는 내가 태어나 자랐던 중국 지역의 청량하고 담백한 그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달짝지근한 맛을 보여주는 그런 특징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한 탕웨이 "영화 속에서 시도한 스타일이 전혀 다른 모습이라서 좋았다. 이전에 해보지 않은 스타일이라서 좋더라"며 "로케이션 관련 부분도 한국 영화는 다 그렇게 촬영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영화가 특별하다고 느꼈다. 이 영화 덕분에 한국의 거의 모든 곳을 다 돌아다니면서 여행하듯이 돌아다녔다. 로케이션 중에 한 곳은 기억나서 또 가볼 예정이다. 영화가 개봉하면 그곳을 여러분이 맞혀달라"며 웃었다.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2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박해일은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으로 분해 열연했고, 데뷔 후 처음으로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형사 캐릭터를 연기했다.
박해일 "박찬욱 감독님이 걸어오신 영화적 결과들이 훌륭하시지만, 과연 제가 감독님 영화에 잘 맞을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며 "처음 제안을 하셨을 때 작품 이야기를 들으면서 형사 캐릭터라는 점, 또 멜로라는 점에 호기심이 들었다. 주변에서 멜로 언제 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수사극 안에서 멜로를 보여준다고 하니 궁금해졌다"고 했다.
이어 "많은 남자 배우들이 형사 역을 많이 하는데, '내가 왜 안 했을까' 생각해봤다. 장르물에 나오는 형사 캐릭터를 소화하기에는 어색할 것 같아서 미루고 미뤘다. 이번에 제안해주신 형사 캐릭터는 왠지 모르게 옷이 잘 맞을 것 같았다. 그런 만큼 캐릭터가 남다른 측면이 있다"며 만족했다.
상대역 탕웨이에 대해서는 "탕웨이가 곧 송서래였다. 상대역이자 배우로 봤을 때 굉장히 잘 어울렸고, 감독님이 탕웨이의 매력을 송서래에 잘 이식시켜주셨다"며 "탕웨이 씨가 걸어온 모든 작품을 챙겨보진 못했지만, 김태용 감독님의 만추를 감명 깊게 봤기 때문에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가슴 속에서 알수 없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눈빛, 그런 부분들이 탕웨이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으로 발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 부분을 최대치로 확장한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박찬욱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이제 영화관에서 다시 영화를 볼 수 있다"며 "음향이나 이런 데 공을 들였다. 코로나 때문에 후반 작업이 길어져서 끝없이 만지고 만졌다. 내 영화 중에 완성도가 높은데, 후반 작업으로 완성도가 높아져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웃음) 극장에서 보실만하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영화 산업이 붕괴 직전에 있는 이 상황에서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로커'도 봐주시고 '범죄도시2'도 봐주시고, 한국 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게 이런거지?'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리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 hsjssu@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