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구단 내에서 손에 꼽는 재능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 받았고 기회도 꾸준히 주어지고 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도 기본 중의 기본을 망각한 플레이까지 육성의 커리큘럼에 포함되어야 할까.
롯데는 지난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끝에 2-2 무승부를 거뒀다. 롯데 입장에서는 리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했기에 아쉬움이 짙을 수 있다. 물론 2-2 동점에서 연장 10회말 무사 만루 기회를 놓친 것도 승리에 실패한 이유일 수도 있지만 그 전의 상황은 누가봐도 용납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롯데는 7회초 2사까지 2-1로 앞서고 있었다. 선발 박세웅의 6이닝 1실점 호투에 이어 좌완 김유영이 올라와서 2아웃까지 잘 잡았다. 최근 부진했던 김유영에게 기분 좋은 등판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7회초 2사 후 이형종까지 우익수 방면 뜬공으로 유도했다.정상적이라면 우익수 뜬공으로 끝나야 하는 상황.

좌측으로 시프트를 펼치고 있던 우익수 고승민이 먼 거리를 달려와 우선상 부근에서 점프 캐치를 시도했다. 타구는 글러브 포켓에 들어갔다가 곧바로 튕겨 나왔다. 먼 거리를 달려왔기에 정상참작을 할 수 있었다. 어려운 수비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고승민은 타구가 튕겨져 나온 뒤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후속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파울이라고 생각하고 타구를 다시 집어들어 볼보이에게 공을 건넸다. 심판의 콜을 듣지 않고 제스처를 보지도 않고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
페어 지역에서 고승민의 플레이가 이어졌던 상황. 먼 거리를 달려와서 불확실 했다면 타구를 놓친 뒤 후속 플레이라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고승민은 지레짐작으로 파울이라고 판단하고 공을 볼보이에게 던졌다. 다른 롯데 야수들이 공을 던지라고 제스처를 취했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가 된 뒤였다.
고승민이 볼보이에게 공을 건넨 순간, 인플레이 상황에서 볼데드가 됐다. 사실상 관중석으로 공이 들어간 것과 다름 없으므로 주자들에게는 2개 베이스의 안전 진루권이 주어지는 상황이었다.
고승민의 안일한 플레이와 대비해서 타자 이형종은 애매한 상황에서 심판의 판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2루를 돌아서 3루까지 질주했다. 결국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심판진은 비디오판독과 논의를 거친 끝에 고승민이 볼데드 상황을 만들었고 안전진루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판정했다. 이형종은 열심히 뛴 결실을 맺을 수 있고 홈까지 밟았다. 2-2 동점.
롯데는 고승민의 안일한 플레이 하나로 어이없이 동점을 허용했다. 모든 스포츠는 심판의 휘슬, 제스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자신의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고승민은 그 기본을 망각했다. 스포츠의 판정과 결정은 선수가 아닌 심판이 내리는 것이다.
물론 이후 실점을 할 수 있었고 득점을 올리지 못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플레이에서 나온 실점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롯데 벤치는 이 상황 이후 고승민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문책성 교체로 생각할 수도 있고 선수 멘탈을 생각한 교체일 수도 있다.
다만, 육성을 구단의 아이덴티티로 새겨나가는 시점에서 육성의 결과물로 전면에 나서야 하는 ‘재능러’의 뼈아픈 실책은 구단이 기본기까지 가르쳐야 하냐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기본기의 틀이 확실하게 잡혀 있어야 육성도 제대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