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아도 내 공 못 칠 걸?”…호랑이 포효 잠재운 26세 투수의 배짱 [오!쎈 수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6.03 23: 06

KT 우완투수 배제성(26)은 어떻게 호랑이의 포효를 잠재울 수 있었을까.
KT 위즈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7차전에서 5-2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3연전 기선제압과 함께 최근 2연승을 달리며 시즌 24승 29패를 기록했다.
승리의 주역은 배제성이었다. 최근 한 달 넘게 맹위를 떨치던 타이거즈 타선을 만나 6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긴 것. 최고 구속 149km의 직구 아래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적절히 곁들여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1회초 KT 선발투수 배제성이 역투하고 있다. 2022.06.03/ soul1014@osen.co.kr

배제성은 경기 후 “주말시리즈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다행이다. 홈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좋다”라며 “오늘은 초반부터 점수 차이가 나서 홈런을 맞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했는데 효과적인 승부가 이뤄졌다. 경기를 잘 마쳐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사실 배제성은 지난 4월 22일 수원 NC전 이후 무려 6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다. 부진에 빠진 것도 아니었다. 4월 28일 수원 KIA전부터 5월 27일 수원 한화전까지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지만 모두 승리 없이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5월 10일 광주 KIA전에서는 8이닝 10탈삼진 무실점 역투에도 빈손으로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배제성은 “지나간 경기들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난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는데 나보다 동료들이 더 아쉬워했다”라며 “오늘은 초반부터 점수가 나서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타자들이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그 동안 멘탈 관리를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는 “관리할 것도 없었다”라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볼넷이 줄었고, 내용도 안정적이었지만 승리가 없었다. 그냥 내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신 개인 기록까지 떨어지면 안 되니 내 기록을 지키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2회말 1사 1,2루 KT 오윤석이 선취 3점 홈런을 날리고 배제성 선발투수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2.06.03/ soul1014@osen.co.kr
경기 후 성남고 선배 박병호와 나눈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배제성은 “(박)병호 형이 내 등판 때마다 홈런을 못 쳐서 미안해했다. 여기에 오늘은 경기 출전도 못했다”라며 “물론 오늘은 다른 형들이 도와줬는데 병호 형이 미안하고 축하한다는 말을 해줬다”라고 전했다.
5월부터 맹위를 떨친 KIA 타선은 어떻게 막아낸 것일까. KIA는 5월 한 달간 팀 타율(2할8푼4리), 홈런(30개), 타점(151개), 장타율(.447), 출루율(.371) 등 각종 지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 흐름이 6월 1일과 2일 두산전에서 그대로 이어지며 전날 무려 8년 만에 두산 3연전 스윕을 해냈다.
배제성은 “이전 경기를 보니 쉬어갈 타자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 또한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좋아도 내 공을 못 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최대한 힘으로, 구위로 누른다는 생각을 갖고 공을 던졌다”라고 밝혔다.
KT는 조만간 강백호와 새 외국인타자 앤서니 알포드의 합류로 타선이 완전체 전력을 갖출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이전보다 득점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배제성은 “감독님이 올해는 승리를 신경 쓰지 말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웃으며 “타선 지원에 대한 기대를 안했을 때 지원을 해줘야 더 기쁘다. 투수의 임무는 어쨌든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내 투구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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