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향한 이영표의 안타까움 "지나친 기대는 독...여전히 좋은 선수"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2.06.04 06: 31

[OSEN=고성환 인턴기자] 이영표(45) 강원FC 대표이사가 이승우(24, 수원FC)를 칭찬하면서도 그가 느꼈을 부담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영표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개최된 ‘2022 KFA 아카데미 지도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 외에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전북 어드바이저가 자리했다.
이영표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한국 축구를 이끌어 나갈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그는 "2002 월드컵이 끝나고 PSV 아인트호벤에 진출했다. 난 이미 국가대표 경험이 많았고 K리그 우승과 월드컵 4강을 이룬 선수였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유럽에 갔음에도 몇 달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어 그는 "주전 경쟁은 힘들지 않았지만, 훈련 때 유럽 축구의 빠른 템포를 따라가기 버거웠다. 훈련에 참여하는 것이 엄청난 스트레스였다"고 고백하며 "동료들이 내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게 싫어서 엄청나게 집중했고 3개월 정도 지나니 자연스레 템포를 따라가게 됐다. 그러니 빠른 템포의 축구가 재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영표는 "잉글랜드에 가니 네덜란드보다도 더 빠른 축구를 하더라. (네덜란드 리그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적응한 것이 커리어에 확실히 도움이 됐다"며 유럽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차근차근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영표는 '제2의 메시', '제2의 호날두' 같은 지나친 기대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시절 '코리안 메시'로 불렸던 이승우 이야기가 나오자 "이승우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좋은 선수"라 칭찬한 뒤 과도한 기대는 오히려 선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가능성은 항상 두 가지다. 어린 선수들은 성장할 가능성도 도태될 가능성도 가졌다. 사람들은 오로지 성장 가능성만 기대한다. 아무리 훌륭한 이름이 붙어도 유스는 유스다. 한국에서는 빅클럽 이름이 붙으면 마치 그 선수가 이미 빅클럽 수준인 것으로 오해한다"고 덧붙였다.
이영표는 이어 "선수는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알고 있다. 언론을 통해 팬들의 기대가 실제 능력보다 높아지면, 그만큼 선수에게 엄청난 부담이 된다. 팬과 언론의 기대가 선수의 성장을 방해했던 것은 아닐까. 언론에서 재능 있는 선수를 다룰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히딩크 역시 "어린 선수들에게 '제2의 메시'라고 하는 건 흔한 일이다. 한국에도 제2의 박지성이나 제2의 이영표라 불리던 선수가 많았다. 그러나 그렇게 불리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급하게 단정지어 부담을 주거나 굉장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반응은 적절치 않다. 항상 너무 크게 빠르게 도약하려 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주고 점차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지성, 이영표와 같은 실제 성공 사례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올시즌 수원FC에 새로 합류한 이승우는 K리그에서 5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있었던 울산전에서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득점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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