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타석 연속 무출루 타자가 대기 타석에서 웃고 있었다. 기나긴 터널의 끝을 본 밀워키 브루어스 외야수 앤드류 맥커친(36)이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무안타 침묵을 끝냈다.
맥커친은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서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4-4 동점으로 맞선 9회 무사 3루에서 샌디에이고 바뀐 투수 나빌 크리스맷의 4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견수 앞에 빠지는 안타를 날렸다.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며 5-4 끝내기 승리.
타구가 빠지는 순간 맥커친은 양팔을 벌려 환호했다. 헬멧을 벗어던지며 1루로 뛰어갔고, 밀워키 동료들의 격한 축하를 받았다. 단순한 끝내기 안타가 아니었다. 무려 32타수 연속 무안타 침묵을 깨는 한 방이라 짜릿함 두 배.

맥커친은 지난달 2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마지막 2타석부터 이날 샌디에이고전 첫 4타석까지 32타석에 들어섰지만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볼넷이나 몸에 맞는 볼도 없었다. 정확히 따지면 32타석 연속 무출루. 커리어 최초의 부진이었다. 이 기간 삼진 7개에 병살타 3개를 당하며 극악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9회 무사 만루에서 제이스 피터슨의 싹쓸이 3타점 3루타로 4-4 동점이 된 뒤 맥커친에게 끝내기 기회가 왔다. 맥커친은 대기 타석에서 미소를 지었고, 32타석 침묵을 끝내는 끝내기 안타로 모처럼 웃었다.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맥커친은 32타석에 대해 “운이 안 좋은 것과 부진한 것은 차이가 있다. 부진할 때는 공이 안 보이고, 스윙하고 싶지 않은 공에 스윙을 한다. 난 운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전히 내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고, 기술적인 조정이 필요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좌절감이 들 때마다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을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도 그렇고 일이 안 풀릴 때는 정신적인 면을 봐야 한다.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했다”고 했다.

9회 마지막 타석을 앞두고 미소를 지은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맥커친은 “야구를 하다 보면 무언가를 느낄 때가 있다. 좋은 기운이 느껴졌고, 타석 기회를 갖는 순간 이렇게 끝낼 것이란 것을 알았다”고 자신했다. 크레이그 카운셀 밀워키 감독도 “맥커친에게 짜릿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승리한 것만큼 맥커친을 위해 기뻐했다”며 오래 기다린 안타를 축하해줬다.

맥커친은 지난 2009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데뷔 후 간판 스타로 활약했다. ‘맥선장’으로 불리는 그는 2013년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하는 등 5번의 올스타와 4번의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뉴욕 양키스,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거치면서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올 시즌 39경기 성적은 타율 2할1푼4리 3홈런 19타점 OPS .570으로 데뷔 후 가장 저조하다. 지난달 초에는 코로나로 11경기를 결장하는 악재도 있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