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이 긴 여운을 남겼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7)은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를 잊지 못한다. 야탑고 시절 1년 선후배로 키스톤 콤비를 맞춘 박효준(26·피츠버그)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만난 것이다.
이날 박효준이 빅리그 콜업을 받아 샌디에이고 원정에 전격 합류하면서 두 선수의 만남이 예고도 없이 이뤄졌다. 김하성이 3루수로 선발출장한 가운데 연장 10회 박효준이 승부치기 2루 대주자로 교체 투입됐고, 후속 타자 희생번트로 3루에 진루하면서 김하성과 만났다. 두 선수 모두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서로 등을 두드려주면서 격려했다.

당시 박효준은 김하성과 만남에 대해 “항상 꿈꿔왔던 것이다. 하성이형과 고교 때부터 같이 했고, 프로에서도 같은 경기에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서야 이렇게 할 수 있게 돼 기분이 남다르다.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하성도 같은 마음이었다. 4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을 앞두고 만난 김하성은 박효준과 만남을 떠올리며 “너무 반가웠다. 흔한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 오는 게 힘든 일인데 같은 학교 선수끼리 이렇게 만났으니 신기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두 선수는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야탑고 출신이다. 지난 2011년 김하성이 입학한 뒤 이듬해 박효준이 들어오면서 인연을 맺어 2년을 같이 뛰었다. 2013년에는 3학년 김하성이 2루수, 2학년 박효준이 유격수를 맡아 키스톤 콤비를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그랬던 두 선수가 9년 세월이 흘러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만났다. 박효준이 고교 시절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며 미국에 직행했고, 김하성은 KBO리그를 거쳐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왔다.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지난해 나란히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고교 동문이 메이저리그에서 상대 선수로 만나는 흔치 않은 ‘투샷’을 연출했다. 한국 고교 동문들의 대결은 역대 4번째로 앞서 광주일고 출신 내야수 최희섭이 투수 서재응·김병현과 투타 대결을 벌였고, 인천 동산고 출신 투수 류현진과 내야수 최지만이 지난해 서로를 마주한 바 있다. 야수들끼리 만남은 김하성과 박효준이 최초.

짧은 만남은 긴 여운을 남겼다. 37일 만에 빅리그에 복귀한 박효준이 단 하루 만에 다시 트리플A행 통보를 받고 마이너로 간 것이다. 김하성의 마음도 안 좋았다. 그는 “효준이를 만나서 좋았는데 다음날 (마이너로) 금방 내려가서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다. 또 보자고 했는데…”라며 “나도 이렇게 마음이 안 좋은데 본인은 더 힘들 것이다”는 말로 후배의 곤경을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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