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26)가 사이드암계의 레전드 스승을 만나 트레이드 성공 신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정성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SSG에서 KT로 둥지를 옮긴 이채호. 용마고를 나와 2018 SK 2차 6라운드 55순위 지명을 받은 뒤 처음 겪는 이적이었다.
이채호는 입단 후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퓨처스리그 통산 53경기 8승 4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4.53을 남겼다. 통산 1군 경력은 지난해 3경기 평균자책점 7.20이 전부.

최근 수원에서 만난 이채호는 “SSG에 사이드암투수가 많고, 그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웠다”라며 “그러나 트레이드는 내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팀이 날 필요로 했기 때문에 이적이 이뤄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라고 트레이드 당시를 회상했다.
KT에 오니 아는 선수는 없었지만 대신 이강철, 고영표라는 걸출한 사이드암투수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KBO리그의 레전드 잠수함투수로 불리는 이강철 감독은 지난주 직접 불펜으로 향해 이채호를 지도했고, ‘국가대표 에이스’ 고영표 또한 평소 후배를 향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채호는 “지금까지는 힘을 분산시키면서 공을 던졌다. 상체 힘으로만 계속 던지니 구속은 나올지 몰라도 구위나 무브먼트에서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감독님이 그걸 보신 것 같다”라며 “감독님이 뒷다리 축을 바로 떼지 않고 골반을 누른 상태서 던지는 법을 알려주셨다. 확실히 디테일이 다르다. 사소한 부분을 알려주시는데 그게 실전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구속은 비슷해도 공이 가는 느낌이 다르다”라고 놀라워했다.

고영표에게는 체인지업과 관련한 팁을 구했다. 이채호는 “작년에는 체인지업을 잡기만 해도 불안했고, 올해 초까지 자신감이 없어서 던지지 못했는데 (고)영표 형에게 조언을 구했다. SSG에서도 체인지업을 못 던지면 1군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영표 형이 체인지업의 경우 그립보다 좋은 밸런스가 있어야 잘 떨어진다고 말해줬다. 그런 조언 속에 마운드에서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라고 덧붙였다.
이채호는 지난 2일 인천에서 친정 SSG를 상대로 마침내 KT 데뷔전을 갖고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안정감을 선보였다. 그리고 전날 홈에서 KIA를 만나 다시 1⅓이닝 1볼넷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데뷔 첫 홀드를 수확했다. 이 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좋아지는 게 보인다. 앞으로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채호에게 친정 SSG전 등판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경기 끝나고 SSG 선수들 연락이 많이 왔다. 특히 오원석이 자기도 모르게 내가 던질 때 ‘나이스볼’을 외쳐서 벤치 분위기가 조금 싸해졌다고 들었다“라며 웃으며 ”다들 축하하고,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응원을 해줬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KT라는 새 팀 적응도 순조롭다. 낯선 환경이지만 선배들의 도움 속 마법사 유니폼이 조금씩 몸에 맞아가고 있다. 이채호는 “선배님들이 분위기를 잘 풀어주신다. 처음에 왔을 때 아는 선수가 1명도 없어서 적응이 조금 어려웠는데 투수 형들이 말도 자주 걸어주고, 이것저것 알려주셔서 편해졌다”라고 전했다.
2018년 입단 후 2군 생활이 대부분이었기에 KT에서는 1군에 최대한 오래 남는 게 목표다. 이채호는 “첫 경기가 상당히 의미 있었다. 긴장했지만 잘 마무리했고, 자신감도 붙었다”라며 “남은 시즌도 자신감을 갖고 어느 상황에서든 내 공을 던지고 싶다. 1군 마운드에 오르면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