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KBO리그 세이브 1위 투수였다. 그러나 이듬 해 어깨 부상으로 개막 2달 만에 이탈했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을 결정했다. 과거 미국 마이너리그, 일본 독립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타자로 뛴 경험이 있어 무모한 도전은 아니었다.
SSG 랜더스의 하재훈(32)이 타자로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1군 무대에서 경쟁력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하재훈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최정이 사구 후유증으로 결장하면서 중심타선으로 기용됐다.

하재훈은 0-2로 뒤진 3회 놀라운 파워를 선보였다. LG 선발 김윤식과 승부에서 볼카운트 2볼에서 몸쪽 직구(139.6km)를 끌어당겨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즌 2호. 라인드라이브에 가까운 홈런 타구였다. 놀라운 것은 발사각이 19.8도로 아주 낮았으나 타구 속도가 무려 178.8km로 총알같은 타구를 날렸다. 하재훈의 파워가 대단했다.
타격 1위로 맹활약하고 있는 삼성 외국인 타자 피렐라를 연상케 하는 홈런 파워였다. 피렐라는 지난 5월 29일 잠실 LG전에서 김윤식의 체인지업을 끌어당겨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당시 피렐라의 홈런 타구는 발사각 16.6도로 하재훈의 홈런 타구보다 더 낮았다. 타구 속도는 174.3km로 하재훈의 홈런이 더 빠른 타구 속도였다. 피렐라의 홈런도, 하재훈의 홈런도 보기 드문 타구였다.

하재훈은 이날 홈런 외에도 첫 도루까지 선보였다.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를 자랑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로 출루한 하재훈은 2사 1루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이어 김윤식의 폭투 때 재빨리 3루로 파고드는 기민한 주루플레이를 무리없이 수행했다.
김원형 감독은 지난달 19일 하재훈을 타자로서 1군에 처음으로 콜업하면서 “1군은 경험을 쌓기 위한 곳이 아니다. 2군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기에 콜업했다. (1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즌 끝날 때까지 볼 수도 있고, 2군에서 해야할 필요가 있다면 2군으로 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재훈은 5월 19일 두산전에 선발 출장해 첫 타석에서 안타와 타점까지 기록했다. 1사 1,3루에서 좌전 안타로 KBO리그 첫 안타, 첫 타점을 동시에 신고했다.
이후 하재훈은 계속해서 1군에 잔류하고 있다. 타격과 수비에서 점차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문학 롯데전에서 좌완 반즈 상대로 KBO리그 첫 홈런을 기록했다. 외야 수비에서도 김민수의 2루타성 타구를 잡아서 정확한 송구로 2루에서 태그 아웃시켰다.
4일 LG전에서도 보살을 기록할 뻔 했다. 3회 무사 1루에서 채은성의 좌선상 2루타를 따라가 잡은 후 3루로 정확하게 송구했다. 간발의 차이로 1루 주자 김현수가 세이프됐다. SSG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할 만큼 크로스 타임이었는데, 주자의 베이스 터치가 조금 빨랐다.

하재훈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로 SK(현 SSG)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고, SK는 타자가 아닌 투수로 기용했다. 데뷔 첫 해 61경기(59이닝)에 등판해 5승 3패 3홀드 36세이브를 기록하며 ‘깜짝’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2020~2021시즌 고생하면서 더 이상 투수로서 재기, 성공을 자신할 수 없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 타자 전향을 선택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18경기를 뛰며 타율 2할1푼1리(71타수 15안타) 홈런 4개, 3루타 1개, 2루타 3개로 장타율 .451을 기록했다. 거포 가능성을 보여줬다. 1군에 콜업된 이후 4일 현재 22타수 7안타, 타율 3할1푼8리와 함께 2홈런 장타율 .727, OPS 1.075를 기록 중이다. 앞으로 타자 하재훈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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