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좌완 신인 맥켄지 고어(23)가 역대급 데뷔 시즌을 보낼 기세다. 메이저리그 최초 기록까지 썼다.
고어는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치러진 2022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3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샌디에이고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97.3마일(156.6km), 평균 94.9마일(152.7km) 포심 패스트볼(67개)을 중심으로 커브(26개), 체인지업(9개), 슬라이더(6개)를 구사했다.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대단했다.
탈삼진 10개는 지난 4월28일 신시내티 레즈전에 이어 개인 한 경기 최다 타이 기록. 시즌 4승(1패)째를 거둔 고어는 평균자책점을 1.71에서 1.50으로 더 낮췄다. 48이닝 동안 삼진도 57개를 잡아 9이닝당 10.69개. 규정이닝에 5이닝 부족하지만 신인상을 넘어 사이영상 경쟁도 가능한 성적이다.

이날 경기로 고어는 역대급 기록도 세웠다. 지난 1913년 양대리그에서 평균자책점 기록이 공식화된 이후 데뷔 첫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0 이하에 탈삼진 55개를 잡은 역대 최초 투수가 됐다. 아울러 첫 9번의 선발등판 경기에서 삼진 50개 이상 잡으며 10실점 미만으로 막은 역대 3번째 투수이기도 하다. 사이 블랜턴(1934~1935년), 태너 하우크(2020~2021년) 다음으로 역사적인 커리어 초반을 보내고 있다.

188cm 89kg 체격을 갖춘 왼손 투수 고어는 지난 2017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샌디에이고 지명을 받은 유망주. 노스캐롤라이나주 화이트빌 고교 주니어 시즌에 83⅓이닝 평균자책점 0.08이라는 비현실적 기록으로 주목받았다.
하이 키킹으로 최고 96마일을 뿌린 고어에게 샌디에이고는 계약금 670만 달러(약 83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입단 첫 해 손가락 물집 때문에 고생했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 때 갑자기 제구를 잃어 메이저리그 콜업이 늦었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6경기 2패 평균자책점 5.85에 20이닝 동안 12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자멸하다시피했다.
이로 인해 시즌 중 애리조나 루키리그로 내려가 메커니즘을 수정하기도 했다. 2020년 메이저리그 파이프라인 유망주 랭킹 전체 5위였던 고어는 올 시즌을 앞두고 86위까지 떨어졌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세로 데뷔가 늦어지는 듯했으나 블레이크 스넬의 허벅지 부상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렸다.

고어는 “여러 어려움이 내게 큰 도움이 됐다. 역경을 겪을 때 여러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좋은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우리 팀에는 투수들뿐만 아니라 야수들까지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고, 그것이 모두를 더 나아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도 “고어에게 최고로 칭찬할 말이 다 떨어졌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경기에 나갈 때마다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환상적일 뿐이다”며 찬사를 보낸 뒤 “힘든 시간이 때로는 좋을 수 있다. 고어도 시련을 겪고서 자신을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당초 스넬의 복귀 전까지 임시 선발 역할을 부여받은 고어였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스넬이 부상에서 도랑온 뒤에도 고어는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마이너로 내려보낼 수 없는 성적. 조 머스그로브(6승 ERA 1.64)와 강력한 원투펀치를 이루며 샌디에이고 마운드를 이끄는 중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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