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거역하는 사나이, 그런 나지완을 보고 싶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2.06.07 03: 42

마지막 불꽃을 태워라. 
KIA 타이거즈 베테랑 타자 나지완(37)이 인고의 퓨처스 생활을 하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들었으나 임시였다. 선발투수들이 등록하자 퓨처스 팀으로 내려갔다. 스프링캠프를 데뷔 처음으로 퓨처스 팀에서 시작했을 때부터 예고된 운명이었다. 개막 후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 콜업 전화는 없다. 
퓨처스리그에서 1경기당 두 타석 정도씩 소화했다. 28경기에 출전해 66타수 12안타, 타율 1할8푼2리, 1홈런, 7타점을 기록 중이다. 새카맣게 어린 선수들과 뒤섞여 경기를 뛰고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묵묵히 타석에 들어서고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익산 KT전에는 동행하지 않고 함평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1군의 상황은 그에게는 녹록치 않다. 좌익수 혹은 지명타자 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좌익수는 이창진이 주전으로 뛰고 있고, 이우성과 김석환이 백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명타자는 최형우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 김 감독에게 이우성과 김석환은 계속 기회를 주며 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재목들이다. 최형우는 내년까지 FA 계약이 되어 있다. 
승격을 위해서는 퓨처스 경기에서 1군 사령탑의 마음이 움직일 정도의 성적을 올려야한다. 그러나 퓨처스 성적은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더욱이 퓨처스 상황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부상으로 이탈했던 고종욱과 김호령이 잔류군에 합류했다. 이들은 1군의 예비병력이다. 콜업에 대비해 퓨처스 실전에 나서야한다. 나지완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나지완은 지난 2009년 한국시리즈 역전 끝내기포, 2017년 한국시리즈 3점 홈런 등 두 번의 우승에 기여했고, 통산 221홈런을 터트렸다. 원클럽맨으로 항상 팀의 중심에 있었다. 4년 FA 기간 중 3시즌은 나름 중심타자의 몫을 했다. 그러나 작년 부상으로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올린데다 팀 성적도 9위로 추락하면서 입지에 큰 변화가 생겼다.
김종국 감독은 부임하면서 젊은 거포를 키워야 한다는 지상 과제를 설정했다. 37살 나지완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고, 1군 기회를 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졌다. 물론 시즌이 많이 남아 경험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그러나 잊혀진 베테랑 타자에게 인고의 시간만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은퇴'라는 화살이 그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을 인정하고 이대로 물러서거나 주저 앉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잊혀지기엔 지난 시절이 아직은 선명하다.  예고된 운명을 거역하는 것도 순전히 나지완의 의지에 달려있다. 운명에 맞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남자. 그 나지완을 보고 싶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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