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도 못 가린 벤투호 '후방 불안'...WC에 칠레보다 약한 팀은 없다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2.06.07 06: 38

[OSEN=고성환 인턴기자] 벤투호가 칠레를 완파하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후방 지역에서 노출된 불안함은 분명 파울루 벤투(53) 감독의 고민거리로 남았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평가전에서 칠레를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일 브라질전 1-5 완패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이날 대한민국은 브라질전과 달리 4-2-3-1 포메이션을 택했다. 손흥민(토트넘)이 최전방에 나섰고 황희찬(울버햄튼)-정우영(알 사드)- 나상호(FC서울)이 2선을 구성했다.황인범(FC서울)-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고 홍철(대구FC)-권경원(감바 오사카)-정승현(김천 상무)-김문환(전북 현대)이 수비를 지켰고 김승규(가시와 레이솔) 골키퍼가 장갑을 꼈다.

변화를 택한 한국은 전반 11분 황희찬의 강력한 중거리 선제골에 힘입어 앞서 나갔다. 한국은 이후로도 빠른 공격 전개와 전방 압박을 내세워 칠레 골문을 두드렸다.
주장 손흥민 역시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좋은 호흡을 자랑하며 칠레 수비를 위협했다. 그는 번번이 골 운이 따르지 않으며 애를 태웠지만, 후반 추가시간 기어코 득점을 올렸다. 손흥민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센추리 클럽 가입을 자축했다.
분명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귀중한 승리였지만, 숙제 역시 여전했다. 벤투호는 경기를 잘 펼치다가도 순간순간 수비 진영에서 불안을 노출하곤 했다. 권경원과 정승현을 비롯해 나상호,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낯선 선발 조합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후방에서의 치명적인 실수는 아쉬웠다. 개인의 능력 부족이라기보다는 팀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지난 브라질전과 마찬가지로 후방에서 압박에 대처하는 능력이 아쉬웠다. 칠레는 주전급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젊고 빠른 선수들을 앞세워 한국 수비를 강하게 압박했다.
한국은 이에 고전하며 몇 번씩 흐름을 내주기도 했다. 간간이 터지는 정승현의 롱패스는 인상적이었으나 후방에서 전방으로 풀어 나오는 빌드업 체계 자체는 불안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후방 빌드업 실수로 인해 벤 브레레턴에게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고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장면도 노출됐다. 한국은 전반 35분 페널티 박스 내에 수비수가 6명이나 있었음에도 뛰어드는 마르셀리노 누녜스를 놓쳤다.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은 손짓으로 동료들에게 마크를 요청했으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한국은 2분 뒤 뒷공간을 파고드는 브레레턴을 또 한 번 놓쳤다. 냉정하게 봤을 때 두 선수의 결정력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실점했을 확률이 높은 장면이었다. 
심지어 칠레는 한 명이 퇴장당한 후반전에도 이따금 날카로운 공격을 펼쳤다. 전방에 무게를 둔 한국 수비는 순간적으로 얇아지며 브레레턴에게 결정적인 돌파를 허용하기도 했다. 김승규 골키퍼의 멋진 선방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실점할 위기였다.
물론 이날 경기는 긍정적인 면도 많았다. 황희찬과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폭발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최전방 공격수로서 손흥민의 가치도 재확인했다. 다재다능한 정승현의 분전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상대 압박을 이겨내는 순간 시작되는 빠른 공격 전개와 전방 압박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상대 칠레가 새로운 감독 데뷔전이었던 데다 실험적인 선수 기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월드컵 본선에 올라온 팀 중 이날 만난 칠레보다 약한 팀은 없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도 후방에서 순간적으로 불안한 플레이가 벌어진다면, 벤투 감독으로서는 그동안 쌓아온 계획을 수정하는 수밖에 없다.
벤투 감독 역시 경기 후 "우리는 전 경기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칠레전에서 같은 문제가 나왔다. 불필요한 장면이 있었다. 물론 우리가 몇몇 수비 선수가 없지만, 다음 경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진단했다.
이어 벤투 감독은 "오늘 수비는 좋은 태도가 나왔다. 1차 압박은 향상됐다. 몇몇 장면에서 수비에서 실수가 있었다. 그 실수에서 계속 발전하고 나아져야 한다. 앞으로 훈련할 시간이 많지 않다.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며 실수를 줄이는 데 신경쓰겠다고 덧붙였다.
어느새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채 반년도 남지 않았다. 이번 6월 A매치 소집이 끝나면 다음 9월 A매치 소집이 사실상 마지막 담금질이다.
과연 벤투 감독은 남은 시간 동안 후방 불안을 해결할 수 있을까.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꿈꾸는 한국의 운명이 뒷문 단속에 달렸다. /finekosh@osen.co.kr
[사진]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 김성락 기자 ks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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