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할 때 가장 많이 보이는 유니폼이 한동희의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상징과도 같은 이대호(40)가 은퇴를 예고한 시즌. 여전히 리그 정상급 타격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타율 3할4푼7리(199타수 69안타) 6홈런 23타점 21득점 OPS .861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현재 타율 2위, 최다안타 3위 등 정교함의 지표에서는 불혹에도 전성기 선수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성적을 남기고 있다.
최근 전준우, 정훈, 한동희 등 타선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팀이 하락세에 놓이자 유망주 위주의 타선에서 고군분투 했다. 은퇴 시즌에도 이대호는 이전과 다르지 않은 팀 내 존재감을 갖고 있고 많은 짐을 짊어지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포스트 이대호’라고 불리고 지난 4년간의 유망주 시절을 뒤로하고 올해 완전히 알을 깨뜨리고 있는 한동희(23)는 이대호가 짊어지고 있던 존재감, 부담, 그리고 왕관을 이어받을 후계자다. 4월 월간 MVP를 수상하며 시즌 초반 리그를 폭격했다. 하지만 5월 초 옆구리 부상 여파로 공수에서 모두 주춤했고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2주 간의 공백을 거친 뒤 지난 3일에서야 복귀했다. 복귀 후 2경기에서는 아직 6타수 무안타로 안타를 신고하지는 못하고 있다.
“4월에는 너무 많이 달렸다. 그래서 5월에 힘들었던 것 같고 부상도 온 것 같다. 잘 쉬었으니까 다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래리 서튼 감독은 한동희의 복귀, 그리고 현재 팀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인기를 설명했다. 그는 “퇴근할 때 가장 많이 보이는 유니폼이 바로 한동희의 등번호(25번)가 적힌 유니폼이다. 그만큼 롯데 팬들이 한동희 선수를 많이 좋아하신다”라면서 “한동희와 같은 재능 있고 어린 선수가 롯데에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축복이다. 굉장히 좋은 못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다”라고 미래 팀의 간판 스타가 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난 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경기를 앞두고 한동희는 롯데 팬들의 가장 많은 부름을 받았다. 덕아웃에서 라커룸로 이어지는 통로에서 관중들과 마주할 수 있는데, 한동희는 팬들의 부름을 무시하지 않고 팬들이 준비한 유니폼과 공에 일일이 사인을 하며 현재 최고의 인기 선수라는 사실을 재확인 시켰다. 구장 경호팀이 제지한 뒤에야 미니 사인회는 겨우 끝났고 한동희도 라커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롯데의 ‘왕관’이 어울리는 인기였다. 그동안은 이대호가 받았던 인기와 담당했던 역할들이다. 4월 폭격 덕분에 5월 부진과 부상이 있었어도 현재 타율 3할2푼5리(163타수 53안타) 8홈런 26타점 OPS .929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대호처럼 꾸준하면서 파괴력 있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아직 남았다. 이대호도 한동희를 향해 ‘네가 잘해야 나도 편하게 은퇴할 수 있다’라는 농담 같은 진담을 공공연히 하고는 한다고. 그렇기에 한동희는 지금보더 더 잘해야 하고 팬들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대호가 쓰고 있던 왕관을 그대로 이어받고 편하게 떠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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