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제목에 붙는 금액, FA 무게감 아닐까요” 85억 내야수의 남다른 책임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6.08 03: 47

FA 계약을 해본자만이 계약 규모에서 오는 무게감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무게감을 이겨내는자만이 FA 모범생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 두산 85억 내야수 허경민(32) 역시 그 무게감을 이겨내고 팀에 보탬이 되는 모범 FA가 되고 싶다.
허경민은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의 시즌 6차전에 6번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득점과 함께 호수비 퍼레이드를 펼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백미는 두 번째 타석이었다. 1-1로 맞선 4회 2사 후 한화 선발 남지민을 상대로 2루타를 친 뒤 박세혁의 2루타 때 홈을 밟으며 2-1 리드를 가져온 것. 이날의 결승 득점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또한 3회 불규칙 바운드 처리, 5회와 6회 병살타 수비 등 안정적인 3루 수비를 통해 선발투수 로버트 스탁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스탁은 경기 후 “3루에 최고의 수비수가 있어 그 쪽으로 공이 가면 든든하다”라고 극찬했다.

두산 허경민 / OSEN DB

경기 후 만난 허경민은 “수비로 투수에게 도움이 돼서 기분이 좋다. 모처럼 병살타 2개를 잡아냈는데 한주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됐다”라며 “타석에서는 매 번 출루를 목표로 한다. 오늘 2루타에 이은 역전 득점이 팀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2009 두산 2차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한 허경민은 2021시즌을 앞두고 최대 7년 총액 85억원에 FA 계약하며 종신 베어스맨을 선언했다. FA 첫해인 지난해 136경기 타율 2할7푼8리 5홈런 59타점으로 페이스가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는 상, 하위타선을 가리지 않고 50경기 타율 2할9푼8리 2홈런 30타점으로 제 몫을 하고 있다.
두산 허경민 / OSEN DB
FA 2년차를 어떻게 보내고 있냐는 질문에 허경민은 “FA 계약을 하면 제목 앞에 금액이 적혀진 상태로 기사가 나온다. 기분이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런 기사를 보면 ‘화나요’가 많다”라고 웃으며 “그런 부분이 FA의 무게감이지 않을까 싶다. 잘되는 건 하늘이 결정해주신다 해도 일단은 좋은 쪽으로 기사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FA 규모와 더불어 연차도 이제 어느덧 팀을 이끌어야하는 위치가 됐다. 어린 시절과 달리 자신의 플레이와 더불어 팀원 모두를 챙길 줄 알아야 한다 허경민은 “어릴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라고 털어놓으며 “형들이 다 겪은 것이기 때문에 나도 해내야 한다. 팀원들을 잘 이끌어서 또 두산을 강팀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의 차기 주장감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지 모르겠다”라고 웃으며 “나는 묵묵히 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당장 언제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한 번 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 ‘언젠가 주장을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잠이 든다”라는 속내를 밝혔다.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두산은 잇따른 전력 유출 속 올 시즌 힘겹게 5할 승률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다. 허경민은 “그 동안 너무 좋은 선수들을 앞세워 계속 이겨왔는데 올해는 1승의 소중함을 느낀다”라며 “선수들 모두 힘든 와중에 이기기 위해 꿋꿋이 노력하고 있다. 질책보다는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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