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쳤지만 다르빗슈 유(3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표정은 어두웠다. 시카고 컵스 시절 함께했던 조 매든(68) LA 에인절스 감독의 경질 소식에 착잡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르빗슈는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벌어진 2022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2피안타 3사구 6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샌디에이고의 7-0 완승을 이끌었다.
6회 2사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1~2회 몸에 맞는 볼이 3개 있었지만 3회 이후에는 흠잡을 데 없는 투구로 내셔널리그(NL) 승률 1위 메츠 타선을 잠재웠다. 시즌 5승(3패)째를 수확한 다르빗슈는 평균자책점도 4.03에서 3.61로 끌어내렸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경기 후 “다르빗슈가 경기 내내 상대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어떤 공이 오는지 전혀 모를 정도였다. 메츠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볼넷 없이 2안타 6삼진으로 막기 쉽지 않다. 최고의 투구였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정작 승리의 주역 다르빗슈는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 날아든 매든 감독의 경질 소식 때문이었다. 다르빗슈는 지난 2018년 시카고 컵스로 FA 이적한 뒤 2019년까지 2년 동안 매든 감독과 함께한 인연이 있다.

컵스 이적 첫 해 부상과 부진으로 시련의 시간을 보낸 다르빗슈였지만 매든 감독의 믿음 속에 이듬해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매든 감독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선수들과 적극적인 소통, 스킨십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감독이다.
매든 감독이 2020년 에인절스로 떠났고, 다르빗슈도 지난해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돼 각자 다른 팀이 됐지만 끈끈한 관계는 여전하다. 다르빗슈는 일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도 매든 감독과 연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적이 다르고, 팀도 이제 다르지만 매든 감독은 다르빗슈에게 좋은 말을 아끼지 않으며 특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그런 감독이 경질됐으니 다르빗슈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날이었다. 그는 “이 세계는 냉엄하다. 에인절스가 12연패이긴 했어도 (순위 싸움에서) 크게 뒤처진 것은 아니었다”고 안타까워하며 “매든 감독이 야구계에서 계속 활약했으면 좋겠다. 기회는 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활약도 기대한다”는 말로 추후 복귀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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