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타석만 빨랐더라면...
LG 트윈스 젊은거포 이재원(23)이 또 한 번 화끈한 홈런포를 가동했다. 지난 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출전해 마지막 타석에서 1점 홈런을 터트렸다.
0-5로 뒤진 9회초 1사후 타석에 들어서 KIA 홍상삼을 상대로 몸쪽 낮은 2구 직구를 걷어올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괴력의 스윙으로 만들어낸 120m짜리 시즌 7호 대형 홈런이었다. 개인 첫 두 자릿 수 홈런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섰다.

팀으로 보자면 어긋한 타이밍이었다. 사연이 있었다. 이재원은 전날 경기에서 3루 땅볼을 두 개 때리더니 6회 1사1,2루 득점찬스에서 대타 문성주로 교체됐다.
바통을 이은 문성주가 적시타를 때리더니 7회도 1타점 안타를 생산했다. 9회도 안타로 출루해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LG는 대타 문성주의 3안타 2타점 1득점이 있었기에 KIA의 막판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류지현 감독의 용병술이 빛난 기용이었다.
류 감독은 9일 경기 선발라인업을 짜면서 살짝 고민했다. 3안타를 때린 문성주를 기용하고 싶었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KIA 선발투수 임기영을 상대로 이재원이 초대형 홈런을 날린 기억 때문이었다.
지난 15일 잠실경기에서 0-1로 뒤진 4회 1사 1,2루에서 임기영의 초구(직구 137km)를 노려쳐 135km짜리 좌월 스리런포를 터트려 6-3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 좋은 기억이 가진 이재원을 빼기도 어려웠다. 류 감독은 "임기영 상대로 최고조 모습이었다. 좋은 기억으로 타석에 들어서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임기영이 이재원을 모를리 없었고,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 타석 2회 1사1루에서 춤추는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 선두타자로 나서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6회는 2사 1,2루 기회에서 장현식의 몸쪽 직구에 루킹 삼진을 먹었다. 추격의 불씨는 살아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포로 자신의 존재감을 보였다. 만일 한 타석 먼저 터졌다면 경기 양상은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홈런 타이밍은 늦었지만 감독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응답을 한 셈이다. 류지현 감독은 졌지만 젊은 거포의 힘을 확인하는 수확은 있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