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상처가 남을 수밖에 없었다. 롯데의 새로운 마무리 최준용(21)의 강점인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졌다. 위험신호가 찾아온 것일까.
롯데는 지난 9일 사직 삼성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이대호의 끝내기 2루타로 7-6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스윕패 위기를 극복했고 삼성전 5연패를 간신히 끊어냈다.
경기 초중반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지만 2-2로 맞서던 6회말 전준우의 희생플라이로 리드를 잡았고 7회말 2사 만루에서 황성빈의 2타점 내야안타로 달아났다. 그리고 8회말 2사 2루에서 이호연의 적시타로 6-2까지 격차를 벌렸다.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어선 듯 했다.

이미 몸을 풀었던 마무리 최준용이 9회초 마운드에 올라왔다. 넉넉한 4점의 리드를 무난히 지킬 것으로 에상이 됐다.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최준용이 4실점을 하면서 무너질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생각하지 않았을 터. 그러나 생각하기 싫었던 상상은 현실이 됐다.
9회초 김재성에게 2루타, 김현준에게 볼넷, 김지찬에게 우전안타를 맞아서 무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구자욱에게 2루타를 얻어맞아 2실점 했다. 6-4로 추격 당했고 무사 2,3루 위기가 계속됐다. 그러나 피렐라를 유격수 직선타, 오재일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2아웃을 잡으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오선진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6-6 동점이 됐다. 충격의 4실점이었다. 최준용의 4실점은 2020년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실점이었다.
이날 최준용의 투구수는 23개였다. 스트라이크는 14개. 패스트볼은 11개를 던졌는데 평균 구속은 144.6km에 그쳤다. 올 시즌 평균 146.5km(스탯티즈 기준)보다 2km가량 낮았다. 구속은 그날의 날씨, 스피드건 등 측정 기계의 위치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준용에게 진짜 위험신호는 구속이 아닌 구위였다. 최준용 특유의 떠오르는 듯한 느낌의 패스트볼이 사라졌다는 것.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수직무브먼트 수치를 보여주는 패스트볼이 실종됐다. 중력을 거스르는 패스트볼의 위력은 이날 그저그런 밋밋한 패스트볼로 전락했다.
패스트볼 위력으로 윽박지르지 못하니 변화구 승부가 많아졌고 결정적인 순간에 패스트볼을 던져도 삼성 타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최대 강점이 사라지니 당연히 투구 내용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의 움직임도 패스트볼을 뒷받침 하지 못했다.
최근 최준용의 투구를 본 한 야구인은 “최준용이 시즌 초반만큼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위력이 많이 떨어졌다. 팔 스윙도 커지면서 공의 위력이 떨어졌다”라며 최준용의 구위가 이전같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시즌 초반에도 혹사로 어깨 부상을 당했고 3달을 결장한 바 있다. 올해는 27경기 31이닝을 던졌다. 현재 페이스대로면 78이닝까지 던지게 된다. 적지 않은 이닝 수치다. 위험신호를 감지하고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필승조 의존도가 크고 5강권에서 더 이상 멀어지지 않기 위한 상황에서 최준용의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