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28)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조 매든 감독의 경질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본 투타겸업을 권장하며 밀어준 매든 감독 덕분에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MVP로 꿈을 이뤘다.
올 시즌에도 얼마 전까지 지구 1위를 달리며 순항했지만 갑작스런 12연패 충격 속에 매든 감독이 경질됐다. 올 시즌 다소 주춤했던 오타니는 마음이 무거웠다.
매든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던 지난 8일. 오타니는 취재진을 통해 “성적 부진은 감독만의 잘못이 아니다. 제 몫을 하지 못한 나도 죄송한 마음이다”며 “매든 감독에겐 진심으로 감사하다. 매일 감독과 대화를 하면서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곤 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매든 감독이 물러난 뒤에도 2경기 연속 패하면서 에인절스는 구단 역대 최다 14연패에 빠졌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상황에서 오타니가 10일 보스턴전에 이도류로 출격했다. 선발투수 겸 2번타자. 시즌 10번째 투타 동시 출자이었다.
선발투수로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오타니는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5회 1점을 내줬지만 7회까지 100구를 던지며 보스턴 타선을 압도했다.
최고 101마일(약 163km) 강속구에 스플리터, 슬라이더, 커터, 커브 등 5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스스로 극복하며 포효하고 환호했다.

마운드에서만 활약한 게 아니었다. 타석에서도 홈런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선취점을 내준 뒤 맞이한 5회 3번째 타석. 1사 1루에서 보스턴 선발 닉 피베타의 3구째 가운데 높게 들어온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앙 담장을 훌쩍 넘겼다. 11일, 10경기 만에 터진 시즌 12호 홈런이 역전포였다.
그라운드를 돌며 다시 한 번 환호한 오타니는 7회에도 우전 안타를 치며 2안타 멀티 히트 경기를 펼쳤다. 오타니의 투타 활약에 힘입어 에인절스도 5-2로 승리, 지난달 26일 텍사스 레인저스전부터 이어진 14연패를 끊었다. 오타니에겐 매든 감독에게 바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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