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야구장에서 또 다른 장점 보여드리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신인 내야수 김세민(19)에게 지난 9일 사직 삼성전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지난 8일 퓨처스리그 고양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급히 1군으로 콜업되며 부산에 도착한 김세민은 눈코뜰 새 없는 콜업 첫 날을 보냈다. 정신없었던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인 9일, 데뷔전을 치렀다.
5-2로 앞서던 8회초 2루 대수비로 교체 출장했고 데뷔 첫 이닝의 첫 타자를 직접 처리했다. 호세 피렐라의 강습 땅볼 타구를 여유있게 잡아냈다. 10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재성의 땅볼 타구를 처리한 뒤에는 1루수 이대호가 흐뭇하게 김세민을 바라보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세민이 눈에 띄었던 이유는 타석에서 찾을 수 있었다. 데뷔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 모두 보내기번트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기회를 창출했다. 모두 초구에 깔끔하게 보내기번트 작전을 완수했다. 6-6 동점이 된 9회말 무사 1루에서 1루수 방면으로 번트를 성공시켰고 11회말에도 무사 1루에서 1루 방면 보내기번트를 댔다. 11회말의 작전은 이대호의 끝내기 2루타로 연결됐다. 승리의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0일 사직 KT전을 앞두고 만난 김세민은 "사람들이 봤을 때는 아무렇지 않다고 했는데 마음 속으로는 엄청 떨렸다.그래도 무사히 경기를 잘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2군과는 확실히 달랐다. 훨씬 더 떨렸는데 훨씬 더 집중도 잘 되고 재밌었던 것 같다"라며 데뷔전을 되돌아봤다.
이대호가 미소를 지은 장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들어가면서 저를 보고 웃으시길래 저도 따라서 웃었다"라고 전했다. 두 차례 번트 상황에 대해서는 "안타를 치고 싶은 욕심은 있었는데 아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했어야 했던 상황이었다. 엄청 어려웠고 긴장도 많이 됐다. 작전이 나오니까 많이 긴장이 됐는데 희생을 하면 팀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집중을 많이 했다"라면서 "(한)동희 형이 두 번 모두 조언을 해줬다. '무조건 번트를 댈 것 같으니까 준비를 잘 하라'라고 말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중요한 상황에서 두 번의 번트를 잘 대줬다. 운동신경이 좋고 잘 준비된 선수였다. 상동 코칭스태프에게 감사드린다. 올바른 방법으로 기본기 훈련을 잘 한 것 같다"라며 "그래서 어제 같은 상황에서도 번트를 잘 수행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 두 타석밖에 소화하지 않았고 1군에서 보여준 것도 많지 않다. 하지만 당차다. 그는 아직 보여주지 않은 자신의 강점에 대해서 "나중에 그라운드에서 보여드리겠다"라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이어 "일단 지금은 첫 안타가 목표이고 제가 한 번 잘해서 팀이 이겼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