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하는 야수의 기분은 타격에 의해 좌우된다.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방망이가 안 맞으면 근심 걱정이 가득하다. 어느 정도 방망이가 맞아야 수비하는 것도 신난다. 타격과 수비를 따로 분리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 면에서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최근 수비 집중력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개막부터 주전 유격수로 뛰고 있는 그는 54경기 429⅔이닝 동안 실책이 2개에 불과하다. 지난 4월27일 신시내티 레즈전 4회 송구 실책이 마지막 실책. 최근 37경기 연속 무실책 행진으로 이닝 기준으로는 334⅓이닝째 실책이 없다.
기록되지 않은 플레이에서 수비 집중력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6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선 4회 무사 1루에서 주자가 뛰지도 않았는데 타자의 삼진과 함께 난데없이 날아온 포수 오스틴 놀라의 2루 송구를 온몸 던져 막았다. 송구 실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막아냈다.


8일 뉴욕 메츠전에서도 1회 1사 1루에서 스탈링 마르테의 2루 도루를 순간 재치로 태그 아웃시켰다. 마르테의 터치가 포수 송구보다 빨랐지만, 2루로 달려온 속력 때문에 몸이 잠시 뜬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마르테의 왼발이 베이스에 떨어진 순간 김하성이 재빨리 태그해 이닝을 끝냈다.
매 순간 집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수비들이다. 기록으로 크게 나타나는 부분은 아니지만 김하성의 존재 가치가 빛나는 대목. 최근 10경기에서 39타수 6안타 타율 1할5푼4리 무홈런 1타점 OPS .368로 타격에서 슬럼프가 꽤 길어지고 있지만 수비로 여전히 1인분 몫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김하성은 “일단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한다. 타격이랑 수비를 나눠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내가 팀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점수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비에서 막고 점수를 안 줘야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타격에 대한 스트레스, 고민, 답답함은 당사자인 김하성이 가장 크다. 그래도 지난 9일 메츠전에선 1안타 1볼넷 멀티 출루에 성공해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4회 무사 1,2루에서 기습 번트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 빅이닝 발판을 마련했다. 타격이 저조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팀에 계속 도움이 되고 있다.

김하성은 “요즘 타격감이 안 좋지만 최대한 내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9일) 경기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8회 마지막 타석(좌익수 뜬공) 타구가 많이 아쉬웠는데 어쩔 수 없다. 타격 후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좋은 타구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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