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우승 3회에 현역 최다 2847승에 빛나는 ‘35년차 명장’ 토니 라루사(78)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이 치명적인 판단 미스를 범했다.
라루사 감독이 이끄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0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9-11로 패했다. 4회까지 4-0으로 앞서던 경기였지만 5회에만 6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하지만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장면은 6회에 있었다, 다저스가 7-5로 앞선 6회 2사 1루 상황. 화이트삭스 투수 베넷 수자는 다저스 타자 트레이 터너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파울로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그런데 3구째 슬라이더가 땅에 꽂혀 폭투가 되면서 2사 2루가 됐다. 1루가 비자 라루사 감독은 자동 고의4구를 지시했다. 비어있는 1루를 채우면서 다음 타자 맥스 먼시와 승부를 택한 것이다. 이에 당황한 화이트삭스 홈 관중은 “투스트라이크야 토니!”라고 외쳤다. 2루 주자 프리먼 등 상대팀 다저스 선수들도 의아한 표정. 고의4구로 걸어나간 터너도 경기 후 이 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웠다”고 말할 만큼 상식적이지 않은 선택이었다.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이긴 했지만 좌투수에 강한 우타자 터너 대신 1할대 타율로 부진한 좌타자 먼시와 승부를 택한 것이다. 나름 이유가 있는 결정이었지만 투수가 절대 우위를 범하는 카운트에서 고의4구는 상식을 벗어났다. 결과는 대참사. 다음 타자 먼시가 수자를 상대로 좌중월 스리런 홈런을 치며 스코어를 10-5로 벌렸다. 화이트삭스가 3점차로 패하면서 라루사 감독의 고의4구 지시가 패인으로 지목됐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라루사 감독은 관련 상황에 대한 취재진 물음에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1루가 비었고, 우리는 더 나은 매치업을 택했다.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그게 야구의 묘미다.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합리적인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라루사 감독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터너는 볼카운트 1B-2S에서 좌투수 상대 통산 타율이 2할5푼4리로 낮지만 올해 15타수 5안타 타율 3할3푼3리로 강했다. 반면 팔꿈치 염증으로 최근 11경기 결장 후 돌아온 먼시는 경기 전까지 시즌 타율 1할5푼에 불과했다. 부상 전까지 규정타석 타자 중 타율 꼴찌로 극악의 타격감이었다.
하지만 상대팀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조차 “그런 상황에서 고의4구한 것을 지금껏 본 적이 없다”고 의아해하며 “먼시는 그 순간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다. 종종 선수가 그렇게 느낄 때 상대 감독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집중하곤 한다. 먼시는 홈런을 치고 약간의 감정을 드러냈다. 먼시다운 모습이다”고 말했다.
![[사진] 맥스 먼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2/06/11/202206110102771765_62a3702522356.jpg)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먼시는 홈런으로 응수했다. 몹시 흥분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돌아 덕아웃에 들어온 먼시는 “야구적으로는 이해한다. 올해 나는 엉망이었고, 터너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투스트라이크에서 고의4구를 보내는 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며 “과거 나는 매우 불같았는데 오늘 그걸 되찾을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앞으로 이어나갈 것이다”고 각성을 예고했다. 먼시는 앞서 5회에도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는 등 부상 복귀전에서 5타수 2안타 5타점으로 활약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