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박찬호 트레이드 상대, ML 감독으로 첫 승 '감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6.11 10: 27

17년 전 ‘코리안 특급’ 박찬호(49)의 트레이드 상대였던 필 네빈(51)이 메이저리그 감독으로 첫 승을 신고했다. LA 에인절스 지휘봉을 잡고 3경기 만에 오타니 쇼헤이(28)의 투타 활약에 힘입어 첫 승 기념구도 손에 넣었다. 
에인절스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를 5-2로 승리, 지난달 26일 텍사스 레인저스전부터 시작된 구단 역대 최다 14연패를 끊었다. 조 매든 전 감독이 경질되면서 지난 8일 보스턴전부터 임시 감독을 맡고 있는 네빈 감독대행도 3경기 만에 잊을 수 없는 첫 승을 올렸다. 
오타니가 만들어준 승리였다. 이날 오타니는 선발투수로 최고 101마일(약 163km) 강속구를 던지며 7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보스턴 타선을 봉쇄했다. 2번타자로 나선 타석에선 5회 역전 결승 투런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선발투수로 나선 경기에서 홈런은 개인 통산 4번째로 올 시즌 처음이다. 

경기를 마치고 승리한 에인절스 필 네빈 감독대행과 오타니 쇼헤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6.10 / dreamer@osen.co.kr

경기 후 오타니와 포옹하며 14연패 탈출과 감독으로서 첫 승리의 기쁨을 나눈 네빈 대행은 “오타니가 우리 팀을 이끌어줬다. 이런 선수를 본 적이 없다. 분명 눈앞에서 벌어진 일인데 믿기지 않는다. 그가 지금 필드에서 보여주는 건 자주 볼 수 없는 것이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5회말 1사 주자없는 상황 에인절스 오타니가 역전 좌중간 투런포를 날리고 홈을 밟은 뒤 필 네빈 감독대행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6.10 / dreamer@osen.co.kr
오타니는 경기 후 승리 기념구를 네빈 대행에게 직접 건넸다. 네빈 대행은 “오타니가 ‘당신 것’이라며 공을 줬다. 정말 특별하다”며 웃었다. 
네빈 대행은 현역 시절 코너 내야수로 우타 거포였다. 지난 1995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1999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뒤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했다. 2001년 41홈런을 치는 등 12시즌 통산 1217경기 타율 2할7푼 1131안타 208홈런 743타점 OPS .814의 성적을 남겼다. 
한국 팬들에겐 박찬호의 트레이드 상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7월31일 박찬호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샌디에이고에서 텍사스로 향했다. 17년간 총 7개 팀에서 뛰었던 박찬호이지만 트레이드로 옮긴 것은 그때가 처음. 박찬호가 2006년 샌디에이고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한 반면 네빈은 텍사스에서 1년도 버티지 못하며 2006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사진] 현역 시절 박찬호, 필 네빈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후 2008년 독립리그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네빈은 2011년부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마이너리그 감독을 거쳐 201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3루 베이스코치로 빅리그에 올라왔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4년간 뉴욕 양키스의 3루 베이스를 맡았고, 홈런 친 선수들과 각기 다른 세리머니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보스턴과의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에서 6회 1루 주자 애런 저지를 무리하게 홈까지 돌려 주루사를 당했고, 팀 패배로 이어지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1회말 에인절스 공격 때 마이크 트라웃-오타니 쇼헤이-필 네빈 감독대행(왼쪽부터)가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2022.06.10 / dreamer@osen.co.kr
올 시즌을 앞두고 에인절스 3루 베이스코치로 재취업했고, 매든 감독의 경질과 함께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3경기 만에 감독 첫 승을 거둔 그는 “14연패 기간 우리 선수들은 계속 이기고 싶어 했다. 오늘 이겼고, 시즌은 길다. 내일을 위해 다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14연패를 당했지만 에인절스는 28승31패로 여전히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 와일드카드도 5위로 가을야구 커트라인인 3위 보스턴에 2.5경기 차이로 추격권이다. 시즌은 103경기나 남아있다. 네빈에게도 커리어를 좌우할 일생일대 기회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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