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현재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런 경우 본 적이 거의 없다. 크레이지(crazy)하다. 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롯데는 1.5군 급으로 운영되고 있다.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부상이 속출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동희가 매일 경과를 지켜보고 있고 현재는 대타로만 출장이 가능한하다. 정훈, 김민수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정훈은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 하자마자 다시 부상을 당했다. 4~6주 가량 더 재활을 해야 한다. 전반기 막판까지 정훈의 모습을 볼 수는 없을 듯 하다. 이학주 역시 무릎 통증으로 재활을 해야 한다. 외야진에서는 김재유, 최민재, 신용수, 고승민 등의 자원들까지 부상으로 자취를 감췄다.
백업 역할을 해줬어야 하는 이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한태양, 김세민, 황성빈과 같은 신인급 선수들이 1군에 콜업됐다. 2군에서 경험을 쌓아야 할 선수들이 1군에서 방패막이 없이 실전 전쟁터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이 현재 1군에서 활약하는 게 밝은 미래라고 말하기는 무리가 있다.

2군 선수들이 1군에 올라오면서 2군의 뎁스까지 얇아졌다. 이번 주 2군 경기에서는 수비력이 괜찮은 내야수 배성근이 중견수로 선발 출장 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신진급 선수들은 많지만 정작 선수층을 두텁게 해줄 뎁스용 선수들은 부족한 게 현재 롯데의 현실이다. 2018년 입단한 5년차 한동희가 중견급 역할을 해야하는 실정이다. 한동희보다 연차가 높은 주전급 선수는 이대호, 전준우, 안치홍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롯데는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고 했다. 유망주들이 1군 주전급 선수들을 뒷받침하면서 2군에서 경험을 쌓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주기를 바랐다. 입지가 애매했지만 그래도 뎁스를 확충하는 차원의 선수들은 트레이드로 처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올해 롯데의 상황은 떠나보낸 뎁스용 선수들마저 그리워졌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KT의 주전 2루수로 활약 중인 오윤석(30)이다. 안치홍과의 계약 연장이 확정되면서 나이가 2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오윤석의 위치가 애매해졌고 지난해 포수 김준태와 함께 KT로 트레이드 됐다. 롯데는 강속구 잠수함 유망주 이강준을 받아왔다. 이강준은 아직 영점을 잡는데 애를 먹고 있다.

KT 유니폼을 입은 오윤석은 박경수의 노쇠화로 경쟁 상태가 된 2루수 자리를 차지했고 팀에 활력소가 됐다. KT 역시도 부상 선수들이 적지 않았지만 뎁스용 선수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면서 하위권에서 중위권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맞대결에서도 오윤석은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면서 롯데를 뼈아프게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뎁스용 선수들을 보냈다. 만약 부상자들이 나오지 않았고 계획대로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다면 그리움이 크지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고 당장은 뎁스용으로, 미래에는 주전으로 자리잡기를 바랐던 선수들까지 부상으로 이탈하고 성장이 더디면서 오윤석과 같은 자원이 그리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리고 롯데는 부상자 속출과 함께 5월 이후 11승23패1무, 승률 .324의 저조한 성적으로 되돌아 왔다. 롯데는 미래를 담보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