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의 왕'과 함께한 또 한 번의 마법 같은 밤 [오!쎈 부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6.12 20: 13

롯데 자이언츠가 위기에 몰렸을 때, 언제나 해결사 자리를 지킨 선수는  ‘거인의 자존심’, ‘사직의 왕’ 이대호(40)였다. 이번 주 2경기 모두 팀 승리에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추락을 막았다.
이대호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 3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회와 5회 각각 선두타자로 나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는 등 5타수 4안타(2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3-0 대승을 이끌었다.
롯데는 4월 14승9패1무로 최상의 출발을 했다. 그러나 5월부터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힘을 완전히 잃었다. 정훈, 전준우, 한동희가 차례대로 부상을 당하면서 전열을 이탈했다. 전준우와 한동희는 돌아왔지만 정훈은 또 다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전반기 복귀도 불투명한 상태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5회말 연타석 솔로 홈런을 치고 동료 선수들의 무관심 세리머니에 혼자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2.06.12 / foto0307@osen.co.kr

코어 선수들이 이탈했던 공백을 채워야 했던 백업급 선수들까지 모조리 부상을 당했다. 고승민, 신용수, 김민수, 김재유 등이 모두 재활을 하고 있는 실정. 신진급 선수들이 올라와서 버티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힘 자체가 떨어졌다,. 5월 이후 성적은 11승23패1무 승률 .324에 머물고 있다. 이 기간 꼴찌다.
타선의 조력자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대호는 고군분투했다. 집중견제 속에서도 홀로 타선을 버텨냈다. 말 그대로 고군분투. 타율 3할3푼3리(129타수 43안타), 4홈런 15타점 OPS .856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팀 전체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대호가 홀로 ‘캐리’하는 경기는 드물었다.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많아지니 이대호의 활약도 빛이 바래지는 경우도 잦아졌다.
이번 주 역시 롯데는 주중 삼성 시리즈 1승2패의 루징시리즈를 마크했고 주말 KT와의 시리즈 역시 2패로 루징시리즈가 확정된 상황. 시리즈 스윕패는 막아야 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 상황을 그대로 지켜보지 않았다. 지난 9일 삼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때도 이대호가 연장 11회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면서 벼랑 끝에서 구원했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2회말 박승욱의 2타점 적시타로 리드를 잡고 있던 3회말, 이대호는 선두타자로 등장해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KT 선발 데스파이네의 초구 128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노림수를 갖고 들어온 듯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KBO 역대 7번째, 롯데 선수 최초의 통산 3500루타 대기록이었다. 롯데의 레전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대호의 방망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3-0으로 앞서던 5회말에도 역시 선두타자로 등장했다. 다시 한 번 노림수를 가져갔다. 이번에는 속구였다. 데스파이네의 초구 바깥쪽 높은 코스의 144km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개인 통산 19번째 연타석 홈런이었다. 경기 중후반 분위기를 롯데로 가져오는 쐐기의 홈런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직구장의 관중들은 모처럼 열광했다.
그리고 9-0으로 앞선 7회말 2사 1,2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4안타, 3타점 째를 만들었고 관중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김세민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무리 했다.
‘사직의 왕’ 이대호가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롯데는 이번 주 홈 6연전 전패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고 재도약의 기점을 마련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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