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9이닝 뛴 것은 처음이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7)이 연일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선발출장하며 총 19이닝을 뛰었다. 현지 시간으로 낮 1시10분 1차전을 시작했고, 2차전이 끝났을 때 시간이 밤 10시30분이었다.
1차전이 연장 10회까지 갔고, 2차전도 9이닝을 다 뛰었다. 하루 19이닝을 풀로 뛰고 난 김하성은 말 그대로 눈만 붙이고 다음날 경기장에 나왔다. 낮 1시 경기 때문이었다. 전날 더블헤더를 마친 뒤 14시간30분 만에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김하성은 이날 경기도 선발 유격수로 나서 9회까지 마무리했다.

경기 후 김하성은 “죽는 줄 알았다. 하루에 19이닝을 뛴 것은 처음이었다”며 “원래 더블헤더는 1차전이 끝나고 30~40분 쉬고 2차전을 바로 한다. 그런데 어제는 3시간 정도 텀이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보니 (몸이) 처지더라. 어제는 진짜 힘들었다. 하루가 정말 길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메이저리그는 지난겨울 직장 폐쇄 여파로 시즌 첫 두 시리즈, 총 91경기가 뒤로 재편성됐다. 이로 인해 더블헤더가 31번이나 편성됐다. 샌디에이고도 그 여파로 12일 더블헤더를 치렀다. 콜로라도와는 8월3일에도 더블헤더가 있다.
우천이나 기상 악화에 따른 더블헤더는 1~2차전 사이 30분가량 짧게 쉬고 바로 들어가지만 올해 직장 폐쇄로 인한 더블헤더는 1~2차전을 붙여서 하지 않는다. 낮과 밤에 완전히 분리하고 있다. 이런 더블헤더를 두 번이나 해야 한다. KBO리그 시절부터 강철 체력으로 유명했던 김하성이라도 힘들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2년차를 맞아 김하성은 미국의 장거리 이동과 타이트한 경기 일정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 백업으로 간간이 뛰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전으로 개막 두 달이 지났다. 그는 “작년에 경험을 해봤지만 올해 경기에 많이 나가다 보니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다”고 인정했다.

10연전 이상 쉼없이 돌아가는 경기 일정에 서부에서 동부, 중부 등 시차가 다른 미국 전역을 장거리 이동하면서 피로가 쌓이고 있다. 김하성은 “시차도 다르고, 낮 경기가 많아 (체력 관리가) 쉽지 않다”면서도 “몸이 힘들지만 경기에 계속 나가니까 좋다. 경기에 나가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잠 잘 자고, 맛있는 것 많이 먹으면서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샌디에이고에서 같이 지내는 어머니가 손수 지은 한식이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자리이지만 김하성의 움직임에는 지친 기색이 없다. 매 순간 수비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수비에서 466⅔이닝 동안 실책은 단 2개. 350이닝 이상 소화한 유격수 20명 중 최소 기록이다. 4월29일 신시내티 레즈전부터 최근 41경기 연속 무실책으로 4월27일 신시내티전 4회 송구 실책이 마지막이다. 이닝 기준으로는 371⅓이닝째 무실책 중이다.

한편 주말 강행군을 마친 김하성은 곧바로 짐을 싸서 시카고 원정길에 올랐다. 14일부터 시카고 컵스와의 4연전이 예정돼 있다. 샌디에이고에서 시카고까지 거리는 약 3352km로 비행 시간만 4시간. 두 도시는 시차도 2시간 있다. 쉴 틈 없이 빠듯하게 달려왔는데 시즌은 반도 오지 않았다. 전체 162경기 중 61경기를 치렀고, 아직 101경기가 더 남아있다. 샌디에이고는 11일 콜로라도전부터 오는 27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까지 17연전 중으로 중간에 쉬는 날은 없다./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