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앤디 번즈의 조언이 통한 것일까. KT 새 외국인타자 앤서니 알포드가 KBO리그 데뷔전부터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지난달 26일 총액 57만 7000달러(약 7억원)에 KT와 계약한 알포드. KBO리그행이 결정되자 2017년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던 앤디 번즈에게 특별한 조언을 들었다. 알포드는 지난 8일 첫 공식 인터뷰에서 “번즈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같이 뛰었다”라며 “미국에서 왔다고 리그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 KBO리그 선수들 모두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번즈는 지난 2017~2018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두 시즌 통산 249경기 타율 2할8푼5리 252안타 38홈런 121타점을 기록했다. 탄탄한 수비와 승부처 한방을 앞세워 2017년 롯데의 포스트시즌을 이끌었다.

그런 번즈의 조언이 통했을까. 알포드는 지난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7차전에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활약으로 팀의 5-4 역전승에 기여했다. 데뷔전에서 안타, 타점, 득점을 모두 기록하며 대체 외인 성공 신화를 예감케 했다.

6일 입국한 알포드는 먼저 퓨처스리그로 향해 시차 및 리그 적응의 시간을 가졌다. 10일과 12일 상무전에 출전해 5타수 1안타 1삼진으로 감각을 익혔고, 한국 땅을 밟은 지 8일 만에 드디어 1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1군 경기 또한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0-0이던 2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SSG 선발 이태양의 5구째 포크볼에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2-2로 맞선 5회 선두로 나서 이태양의 직구(138km)에 2루수 뜬공을 기록했다.
첫 안타까지 두 타석이면 충분했다. 알포드는 2-4로 뒤진 7회 무사 1, 3루서 등장해 1타점 적시타로 상대에게 1점 차 압박을 가했다. 서동민의 초구를 파울 커트한 뒤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유격수 옆 깊숙한 곳으로 보냈다. 유격수 박성한이 타구를 잡아 2루에 송구해봤지만 이미 1루주자가 도착한 뒤였다.
알포드는 이후 오윤석의 희생번트 때 2루에 도달한 뒤 심우준의 희생플라이 상황에서 나온 포수의 포구 실책을 틈 타 홈을 밟으며 역전 득점까지 책임졌다. 이날의 결승점이었다.
KT는 선두 SSG에 5-4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마침내 5위(29승 2무 31패)로 올라섰다. 선발 소형준(6⅓이닝 4실점 2자책) 이후 주권-이채호-김민수-김재윤이 무실점 릴레이 호투를 펼쳤고, 타선에서는 ‘뉴 페이스’ 알포드와 선제 투런포를 쏘아 올린 ‘42억 포수’ 장성우가 돋보였다.
KT가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5위권에 진입한 건 지난 4월 3일 수원 삼성전 이후 무려 72일만의 일이다. 대체 외국인타자의 합류로 완전체를 이룬 디펜딩챔피언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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