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FA→트레이드→올스타 득표 1위, ‘백업 포수’의 감격…힘든 시간 버티자 봄날이 왔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06.15 03: 33

 삼성 포수 김태군(33)은 지난 13일 휴식일에 주위 지인들로부터 수 많은 전화 연락을 받았다. KBO가 13일 오후 발표한 2022 올스타전 베스트12 팬투표 1차 중간집계 결과에서 김태군은 최다 득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이대호(롯데), 라이징 스타 이정후(키움)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김광현(SSG)과 양현종(KIA)을 제치고 당당하게 1위에 올랐다. 1차 집계이지만 의미있다. 그는 “전화기에 불난 줄 알았다”고 웃었다.
힘든 시간을 버티고 묵묵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해 온 것에 대한 보상이다. 2008년 2차 3라운드로 LG에 입단한 김태군은 재능을 보일 즈음 2013년 신생팀 NC의 특별 지명으로 팀을 옮겼다.

삼성 포수 김태군. /OSEN DB

신생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2015년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하는 강철 체력을 자랑했고,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김태군은 2018~19년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고 복귀했는데, 백업 포수 신세가 됐다. NC는 2018시즌이 끝나고 국가대표 포수인 양의지가 FA가 되자, 4년 125억원에 영입했다.
김태군은 제대 후 2019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다. 주전 포수 능력이 있지만 FA 시장에서 홀대를 받았고, 결국 원소속팀 NC와 4년 총액 13억원(계약금 1억원, 연봉 총 8억원, 인센티브 총 4억원)에 계약했다.
지난 겨울 NC와 삼성은 트레이드에 합의했고, 김태군은 삼성으로 이적했다. 트레이드는 김태군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삼성에는 주전 포수 강민호(지난 겨울 4년 36억원에 FA 계약)가 있다. 강민호가 예전만큼 포수로 많이 출장하지 못하면서 김태군에게도 포수 마스크 기회가 주어졌고, 타격에서 기대 이상의 좋은 활약까지 하고 있다.
김태군은 올 시즌 42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푼3리(105타수 35안타) 12타점 11득점 OPS .793을 기록하고 있다. 강민호는 타율 2할1푼5리(158타수 34안타) 22타점 11득점 OPS .559을 기록 중이다. 포수 출장에서 김태군은 24경기 선발 출장 238⅓이닝, 강민호는 33경기 선발 출장 277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백업이지만, 백업 아닌 주전 같은 위치다.
삼성 포수 김태군. /OSEN DB
14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태군은 1차 발표 최다 득표 소감을 묻자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 동안 힘든 시간도 있었고, 정말 안 좋은 일들도 있었고, 좋은 경험도 했었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 야구장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렇게 묵묵하게 내가 하는 일을 하다 보니까 이런 날이 오는구나 딱 그 생각 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이후 삼성 유니폼을 입고서 개인 성적이 좋아졌다. 김태군은 “야구장 나오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프로 선수라면 다 하겠지만, 힘든 시간을 잘 버티고 묵묵히 내 할 일을 했다는 것에 결과를 얻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 자신에게…”라고 말했다.
FA 계약 과정에서 오해로 인해 서운함, 우호적이지 않았던 여론 등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그였다. 김태군은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고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이런 결과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의 응원으로 1차 집계 최다 득표자가 됐다. 김태군이 최종 결과에서도 최다 득표자가 될 지 궁금하다. 그는 “최종 1위가 된다면 올스타전에서 팬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생각한 것이 있다. 야구가 만만하지 않아서 과연 할 수 있을지(최종 1위가 될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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