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도 눈치를 본다. 주장 완장은 내려놨지만 LG 라커룸과 덕아웃에서 김현수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김현수는 2018시즌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와 LG와 4년 115억 원 FA 계약을 했다. 2019시즌부터 주장을 맡아서 솔선수범하며 팀을 이끌었고, 후배들의 개인 훈련 등에도 많은 도움을 줬다. 선수단 내부에서 변화를 이끌었다. 더불어 두산에서 익힌 팀 케미스트리, 위계 질서도 확실하게 잡았다.
지난 겨울 2번째 FA 자격을 얻고 LG와 4+2년 115억 원에 재계약했다. 올해는 주장에서 물러나 후배에게 넘겼다. 오지환이 주장을 맡고 있다. 김현수는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기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김현수의 아우라는 LG 선수들에게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LG와 계약한 외국인 투수 플럿코는 14일 잠실 삼성전에서 8⅓이닝 2피안타 14탈삼진 무볼넷 무실점의 인생투를 펼쳤다. LG 구단 역사에서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 기록을 세웠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플럿코는 자신이 선발로 등판하는 날에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 루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라커룸에 노래(미국 랩)를 크게 틀어놓는데 동료들이 싫어할 수도 있다”며 “음, 만약 김현수에게 물어봤다면 화 냈을 거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비교적 자유롭게 놔두는 외국인 선수에게까지 김현수의 카리스마는 생생하게 전해져 있는 것 같다. 외국인 선수도 예외없이 팀 문화와 위계질서를 따르도록 분위기를 만든 것.
지난 겨울 삼성에서 LG로 FA 이적한 박해민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박해민은 2월 스프링캠프부터 2개월 정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LG 문화와 김현수의 카리스마를 확실하게 체득했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때, 박해민은 “LG 분위기 좋은데, 삼성보다 조금 더 위계질서가 확실하게 있는 것 같다. 삼성은 조금 더 자유로운 편이다. LG는 밖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선후배에 대한 이런 것들이 잘 잡혀 있는 것 같다”고 새로운 팀에서 느낀 점을 말했다.
이어 “현수형이 많이 앞장서서 하는 것 같다. 현수 형이 그런 것을 잘 해주기에 밑에 선수들도 알아서 잘 움직이고 그런 시스템을 현수형이 잘 만들어 놓은 것 같다”고 폭로(?)했다.
옆에서 넉살이 좋은 임찬규는 “해민이 형이 (우리 팀에) 왔을 때는 현수 형이 주장 완장을 내려놓았을 때다. 좋은 상황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지환이 형이 이끌면서) 좀 더 좋은 분위기로 많이 좋아졌다”고 웃으며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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