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90승도 KBO리그 MVP도 모두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올 시즌 그 누구보다 기대를 모았던 이반 노바(35·SSG)와 아리엘 미란다(33·두산)가 나란히 위기의 남자로 전락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노바는 시즌에 앞서 큰 관심을 받았던 외국인선수였다. 과거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디트로이트 등에서 11시즌을 뛰며 통산 90승(77패)을 거둔 역대급 커리어 보유자였기 때문. 이에 힘입어 100만달러에 랜더스맨이 됐고,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 9이닝 3실점으로 순조롭게 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54km의 강속구가 무색할 정도로 기복이 심했다. 5월 중순까지 이른바 ‘퐁당퐁당’ 패턴이 지속되더니 5월 28일 광주 KIA전(4⅓이닝 7실점), 6월 3일 잠실 LG전(3이닝 7실점(3자책)) 연이은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고관절 부상까지 당하며 빅리그 90승 투수가 1군이 아닌 2군에서 11일을 보내야 했다.

재정비를 거쳐 15일 수원 KT전에 돌아온 노바. SSG 김원형 감독은 고관절 통증을 털어낸 그의 투구를 낙관했지만 부진 원인은 부상이 아니었다. 이날 0-0이던 3회에만 두 차례의 폭투와 함께 무려 7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 3이닝 10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전신 SK를 포함해 SSG 투수가 3경기 연속 6점 이상을 내준 건 2020년 8~9월(6-6-8실점) 리카르도 핀토 이후 처음이다.
노바의 최근 3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13.94(10⅓이닝 16자책)에 달한다. 냉정히 말해 교체를 단행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다. 더욱이 우승을 노리는 팀에게 정상급 외국인투수 2명은 필수적인 터. ‘위기의 남자’ 노바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쿠바에서 온 미란다의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지난 시즌 ‘전설’ 최동원의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하며 정규시즌 MVP를 거머쥔 미란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190만달러라는 거액에 재계약했지만 4월 23일 LG전을 끝으로 1군 무대서 자취를 감췄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4월 23일 경기 후 어깨 근육 뒷부분이 미세 손상되며 현재 두 달 가까이 재활 및 회복을 진행 중이다.
사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미란다의 복귀 예정일은 6월 중순이었다. 6월 7일 퓨처스리그 50구 소화 후 1군 복귀전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돌연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며 본인이 직접 등판 연기를 요청했고, 18일 퓨처스리그 출전 후 24일 1군 복귀라는 새로운 플랜이 나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정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전날 고척에서 “미란다가 오늘(15일) 불펜투구를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 공을 거의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구속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라며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향후 투구를 지켜봐야 한다.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두산은 에이스의 장기 이탈로 선발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좌완 신예 최승용이 지속적으로 대체 선발을 맡고 있지만 최근 4경기 연속 부진을 겪었고, 토종 에이스 최원준은 1군 말소 이후 재정비 시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에이스 로버트 스탁마저 최근 들어 기복이 심해졌다.
미란다는 오는 18일 퓨처스리그 삼성전에서 이른바 운명의 등판을 가질 예정이다. 최근 김 감독이 “6월 말까지도 안 되면 교체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단언한 만큼 이날 투구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린다. 자칫하면 작년 MVP가 이듬해 1군 2경기를 뛰고 퇴출 통보를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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