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창원 NC-KIA전. 한국 야구계를 이끌 좌완의 선발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날 경기의 승자는 KIA 이의리였다.
이의리는 최고 151km의 빠른 공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자신의 주무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6이닝 동안 2점(8피안타 4탈삼진)만 내주는 쾌투를 뽐냈다. 3회 2사 2루와 4회 1사 1,2루 실점 위기를 잘 막아낸 그는 5회 윤형준의 내야 안타와 김한별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 위기에 처했다. 권희동의 우익수 방면 3루타, 손아섭의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2점을 헌납했다.
6회까지 타선이 침묵을 지키는 바람에 패전 위기에 놓였던 이의리. 0-2로 뒤진 7회 이창진(1점)과 나성범(3점)이 홈런을 터뜨린 덕분에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이후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 등 필승조가 2점 차 승리를 지켰다. 이로써 이의리는 시즌 4승째를 거두며 3일 수원 KT전 이후 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의리는 "지난 등판에서 지나치게 완급 조절을 신경 쓴 나머지 내 투구를 하지 못했다"면서 "오늘은 초반부터 전력으로 투구한다는 생각을 했고 힘으로 승부했던 게 호투의 배경이 됐다. 물론 박동원 선배의 리드도 정말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종국 감독은 "오늘 경기는 무엇보다 이의리가 선발 투수로서 최소 실점으로 6이닝을 막아준 게 팀 승리의 바탕이 된 것 같다"면서 "지난번의 아쉬웠던 모습을 씻어낸 호투였다. 오늘 생일인데 자축하는 선물이 된 거 같다. 승리를 축하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구창모의 활약도 빛났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8일 창원 두산전 이후 3연승을 질주 중인 구창모는 이날 5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1회 류지혁과 김선빈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으나 나성범, 황대인, 소크라테스 브리토 등 KIA의 중심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2회 1사 후 박동원을 3루수 실책으로 출루시켰지만 이창진과 박찬호를 각각 헛스윙 삼진, 3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3회 2사 후 나성범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한 구창모. 황대인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4회 소크라테스, 최형우, 박동원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잠재우며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5회 선두 타자 이창진과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중전 안타를 내줬다. 박찬호의 희생 번트로 무사 2루 위기에 놓인 구창모. 류지혁과 김선빈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 마무리. 6회 선두 타자 나성범을 2루수 직선타로 가볍게 처리한 구창모는 김시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2-0으로 앞선 6회 1사 상황에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원종현과 김영규가 무너지는 바람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한국 야구는 류현진, 양현종, 김광현의 계보를 이을 만한 좌완 선발이 필요하다. 각종 국제 대회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들처럼 이의리와 구창모도 향후 대표팀의 좌완 에이스가 될 재목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날 경기에서 이의리와 구창모가 보여준 고품격 좌완 선발 맞대결은 향후 대한민국 야구계에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