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빼고 우리만큼 잘한 팀 있나요?” 이정후의 반문, 키움 2위에는 다 이유가 있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6.17 14: 37

주전 유격수, 포수, 4번타자, 마무리투수가 모두 이탈했는데 2위를 질주 중인 키움 히어로즈. 간판타자 이정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 이유가 있는 순위였다.
2022시즌 키움의 선전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아무리 2013년부터 9년 동안 2017년을 제외하고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고 해도 올해만큼은 가을야구와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전 유격수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이어 4번타자 박병호가 KT로 FA 이적했고, 마무리투수 조상우는 군으로 향했으며, 주전포수 박동원은 KIA로 트레이드 됐다. 핵심 전력이 대거 팀을 떠난 것이다.
그러나 시즌이 약 절반 가까이 흐른 현재 키움의 위치는 어디인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선두 SSG에 2.5경기 뒤진 2위(38승 1무 25패)에 자리하고 있다. 디펜딩챔피언 KT, 우승후보 LG, 전력을 보강한 KIA도 아닌 키움이 ‘절대 1강’으로 군림 중인 SSG와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화수분야구 하면 보통 두산이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키움 또한 만만치 않게 새 얼굴을 발굴하며 5월 25일 잠실 LG전부터 3주가 넘도록 2위를 유지 중이다.

8회말 1사 1루 키움 이정후가 2점 홈런을 날리고 홍원기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2.06.15 / soul1014@osen.co.kr

전날 고척에서 만난 이정후는 크게 이상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9년 동안 우리보다 잘했던 팀은 두산밖에 없다. 두산을 빼고 포스트시즌에 가장 많이 진출한 팀이 바로 키움이다. 작년 또한 5위였지만 가을야구는 갔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정후에 따르면 두산과 마찬가지로 키움 또한 화수분야구가 아예 팀 컬러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도 보면 김재웅, 박승주, 이명종, 김수환, 김휘집, 박주홍 등 이름만으로는 굉장히 생소한 선수들이 1군 무대를 마음껏 누비고 있다. 잇몸야구를 넘어 젋은 선수들이 빠른 성장세와 함께 주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경기 종료 후 키움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06.16 /sunday@osen.co.kr
이정후는 “나를 비롯해 김혜성, 송성문 등 과거 어렸던 선수들이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았다. 또 뉴 페이스들은 2군에서 계속 열심히 노력을 해왔던 선수들이다”라며 “그런 선수들에게 자리가 생겼고, 주어진 기회 속에서 계속 잘하고 있다. 그것 자체가 키움의 문화다. 누군가가 빠지면 누군가가 메운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지금 돌이켜보면 키움을 향한 저평가는 어쩌면 당연했다. 이정후는 “지금 1군에서 뛰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과거 2군에서 빛을 못 봤다. 전문가들도 그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다들 몰랐을 것이다. 우리 팀을 향한 평가가 낮은 이유다”라고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
그런 가운데 베테랑 이용규의 조언이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열정을 깨웠다. 이정후는 “(이)용규 선배님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그런 평가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고 해주셨다. 또 저평가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고 더 이를 악물고 근성 있게 하라고 하셨다. 기분이 나빠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셨다”라고 전했다.
그 결과 키움은 현재 가을야구 진출이 아닌 창단 첫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정후는 “용규 선배님이 우리 모두 저평가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북돋아주셨다. 올해 키움이 잘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진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라고 신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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