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3루를 든든히 지키던 ‘85억 사나이’ 허경민(32)의 부상 공백이 커 보인다.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마땅한 대체자를 구하지 못하며 결국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7)까지 3루에 동원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지난 16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고심 끝에 유격수 김재호를 선발 3루수로 기용했다. 김재호가 선발 3루수 자리에 이름을 올린 건 지난 2010년 9월 1일 잠실 SK(현 SSG)전 이후 무려 4306일만의 일. 이날 전까지 통산 1586경기에 나선 김재호의 3루수 출전은 16경기가 전부였다.
김 감독이 변칙 라인업을 꺼내든 이유는 부동의 주전 3루수 허경민이 부상 이탈했기 때문. 지난 14일 고척 키움전에서 홈을 파고 들다가 오른쪽 무릎 외측 인대를 다치며 15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러면서 일단 올 시즌 허경민 휴식 때 종종 3루수를 맡았던 박계범이 대체자로 낙점됐다. 물론 허경민의 압도적 3루수 출전으로 그 횟수는 적었다.

85억 FA의 빈자리를 메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허경민이 부상 이탈한 첫날 예상대로 박계범이 선발 3루수로 나섰지만 5회말 수비 때 어이없는 1루 송구 실책을 범하며 서예일과 교체됐다. 그리고 8회말에는 수비 안정을 위해 김재호가 3루에 투입됐다.
급기야 김재호에게 선발 3루수까지 맡긴 김태형 감독. 물론 용병술은 적중했다. ‘천재 유격수’라는 별명에 걸맞게 3루에서도 무난한 수비를 선보이며 후배의 부상 공백을 메웠다. 박계범, 안재석이 3루를 맡을 때보다 확실히 안정감이 있었다.

그러나 공격에서의 공백은 불가피했다. 허경민의 올 시즌 기록은 56경기 타율 3할7리 2홈런 35타점 OPS .785. 상황에 따라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을 오갔고, 득점권 타율도 3할1푼4리로 높은 편이었다.
그런 그가 빠지면서 강승호가 5번, 박세혁이 6번에 배치됐지만 두산은 16일 4안타-2득점 빈타에 시달리며 2-6 역전패를 당했다. 김재호도 3타수 무안타로 공격에서는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두산은 올 시즌 전력 유출과 더불어 부상자까지 속출하며 시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석환, 김인태, 아리엘 미란다, 김강률에 이어 허경민까지 부상자명단에 오른 상황. 그래도 타선은 양석환, 김인태의 복귀로 어느 정도 틀이 잡혔지만 미란다, 김강률은 아직 1군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최승용, 정철원, 김명신 등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불행하게도 허경민의 공백은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김 감독은 “상황을 며칠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다리를 움직일 때 느낌을 보고 다시 검진을 받아야 한다”라며 “열흘 안에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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