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으로 보낸 백업들 맹활약…미완의 강속구 잠수함, 진면목은 언제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6.18 10: 05

롯데는 2020년부터 수차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재보다는 비교적 미래를 내다보는 트레이드가 대다수였다. 지난해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7월 31일, KT와 단행한 2대1 트레이드도 마찬가지였다. 롯데는 내야수 오윤석과 포수 김준태를 보내면서 잠수함 투수 이강준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 롯데는 안치홍과 계약 연장으로 오윤석에게 기회를 줄 여력이 없었다. 김준태의 상황도 마찬가지. 안중열의 군 제대로 나이대가 고만고만한 포수자원들의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도 1군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보여준 준주전급 선수들이었다. 뎁스 보강이 필요했던 챔피언 KT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다만, 롯데가 받아온 카드가 유망하지만 아직 보여준 게 거의 없던 잠수함 유망주 이강준 한 명이라는 사실은 의아함이 남는 대목이었다. 그만큼 150km가 넘는 공을 뿌리는 잠수함 투수인 이강준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볼 수 있지만 향후 트레이드 평가에서 이강준이 감당해야 할 몫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롯데 이강준 /OSEN DB

결과적으로 이 트레이드는 현재까지 KT의 완벽한 승리다. 트레이드의 성패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게 맞지만 약 1년여가 지난 현재로서는 결과가 명확하다. 오윤석과 김준태는 KT 유니폼을 입고 후반기 백업으로 쏠쏠하게 활약하면서 팀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올해도 이들의 존재감은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오윤석은 박경수의 대체자가 됐다. 사실상의 주전 2루수로 거듭났다. 58경기 타율 2할4푼8리(161타수 40안타) 3홈런 25타점 13득점 OPS .689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김준태도 장성우의 확실한 백업으로 공수에서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중이다. 주 1~2회 선발 출전에 좌타 대타 요원으로 활약하며 42경기 타율 2할7푼5리(102타수 28안타) 1홈런 12타점 13득점 OPS .784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스포츠투아이’ 기준 올해 두 선수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 총합은 1.87(오윤석 0.71+김준태 1.16)이다.
오윤석-김준태 /OSEN DB
반면, 이강준은 이적 직후 아직 팀에 특별한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기약하는 트레이드였지만 젊어진 투수진 상황과 강속구 사이드암이라는 희소성을 무기로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이강준은 기회를 아직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제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1경기 평균자책점 9.53(5⅔이닝 6자책점)에 10볼넷 1사구를 기록했다. 삼진은 4개. 구위의 강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올해는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페이스가 좋은 자원이었다. 캠프에서 공을 잡는 포수들이 “이강준의 공은 너무 지저분해서 받기가 힘들다”라고 고충을 토로할 정도. 하지만 지저분한 구질의 공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했다. 5경기 평균자책점 6.00(3이닝 2자책점) 7볼넷 1탈삼진에 기록했다. 역시나 볼넷이 문제였다.
개막엔트리에 합류하고 4월 27일, 1군에서 말소된 이강준은 지난 17일 다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퓨처스리그에서는 17경기 1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42(18⅓이닝 9자책점) 9볼넷 14탈삼진을 기록했다. 비교적 제구력이 안정된 모습. 5월 25일 상무전 1이닝 4볼넷 2실점을 기록하며 갑자기 흔들렸던 경우를 제외하면 비교적 제구력에서도 안정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은 이강준도 이제 팀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맨드와 제구가 좋아졌다. 스트라이크를 공격적으로 던지고 있다”라며 “캠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때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본다. 이제는 이강준이 팀을 도와줄 타이밍이다”라고 했다.
언제나 트레이드 성패와 관련된 꼬리표가 따라붙을 이강준이다. 강속구 사이드암이라는 희소한 가치를 선수 스스로 극대화하고 완성도를 높여야 구단이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과연 이강준은 조정을 거치고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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