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돌아가도 돈은 받는 건데”…두산이 MVP를 2개월이나 기다린 이유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6.27 05: 21

“미란다 집에 안 갔어?”
시간을 지난해 가을로 되돌려보자. 두산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는 10월 24일 LG전에서 ‘전설’ 최동원의 최다 탈삼진 기록을 넘어선 뒤 어깨 피로 누적으로 시즌 아웃됐다. 이에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모두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에이스가 없는 두산은 최원준, 곽빈, 김민규 등 토종 선발 3인으로 힘겹게 한국시리즈 진출을 해냈다.
미란다는 당시 고국 쿠바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에 남아 재활에 매진했다. 가을야구에서도 에이스로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일념 아래 착실히 재활 스케줄을 소화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났던 김태형 감독은 “미란다가 아직 집에 안 갔어?”라고 농담하며 “한국시리즈는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야 한다”라고 껄껄 웃었다.

1회초 1사 만루에서 두산 권명철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미란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란다는 1회를 채우지 못하고 4실점 교체.  2022.06.25 /jpnews@osen.co.kr

결국 두산은 키움, LG, 삼성을 넘어 KBO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미란다는 11월 17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두산 선수단은 미란다의 헌신에 박수를 보냈다.
미란다는 결국 지난해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거머쥐었고, 이에 힘입어 종전 80만 달러(약 10억 원)에서 110만 달러 인상된 190만 달러(약 25억 원)라는 거액에 재계약했다.
그러나 작년의 투혼이 독이 됐을까. 미란다는 스프링캠프서 돌연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4월 23일 LG전 3이닝 2실점 이후 어깨 근육이 미세 손상되며 장기 재활에 돌입했다. 이후 밸런스까지 문제가 생겨 복귀 플랜이 연기됐고, 18일 퓨처스리그 삼성전(3이닝 무실점)을 거쳐 25일 잠실 KIA전에서 복귀전을 가졌다. 63일만의 1군 마운드였다.
1회초 2사 만루에서 두산 미란다가 KIA 류지혁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고 있다. 미란다는 1회를 채우지 못하고 4실점 교체.  2022.06.24 /jpnews@osen.co.kr
복귀전은 대참사였다. 작년 1피안타 완봉승을 따냈던 KIA를 만나 구속 저하는 물론 로케이션, 커맨드가 모두 흔들리며 ⅔이닝 0피안타 7사사구 2탈삼진 4실점 조기 강판 수모를 겪었다. 7개의 4사구는 종전 6개를 넘은 KBO리그 역대 한 이닝 최다 4사구 신기록이었다.
결국 두산은 미란다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6일 미란다를 1군 말소한 김 감독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투구였다.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2군에서 던지고 싶다고 하면 던지게 하겠지만 큰 반전은 없을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우리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 교체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다만 두 달 동안 어떻게든 어깨 상태를 회복하려고 노력한 미란다의 프로 정신에는 박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사실 아프다고 하고 그냥 돌아가도 돈은 받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가 계속 의지를 보였고, 그랬기 때문에 우리도 기다릴 때까지 기다렸다. 아마 본인이 제일 답답할 것”이라고 선수의 마음을 헤아렸다.
한편 두산은 미란다를 대체할 새 외국인투수 물색에 돌입한 상태다. 이미 만약을 대비해 영입 가능한 선수들을 리스트업 해놨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협상을 시도할 계획이다.
김 감독은 “대체 외국인투수가 7월은 돼야 나올 수 있다고 들었다”라며 “아마 외국인투수를 바꾸려는 다른 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빨리 접촉해서 되는 선수를 데려올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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