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로이어' 장서연 "'쉰 목소리' 연기 부담...연습생·K대 등 지난날 밑거름 됐죠"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07.21 08: 57

메마른 목소리로 감정을 폭발시켰던 가면 뒤에 생기 넘치는 발랄함이 있었다. 다채로운 매력의 소유자, '닥터로이어'에서 열연한 배우 장서연의 이야기다. 
장서연은 최근 방송 중인 MBC 금토드라마 '닥터로이어'(극본 장홍철, 연출 이용석·이동현)에서 의료사고 피해자 길소연 역으로 열연했다. '닥터로이어'는 조작된 수술로 모든 걸 빼앗기고 변호사가 된 천재 외과의사 한이한(소지섭 분)과 의료범죄 전담부 검사 금석영(임수향 분)의 메디컬 서스펜스 법정 드라마다. 이 가운데 길소연은 한이한을 찾아가 그를 쫓아냈던 반석 병원의 의료과실을 폭로한는 에피소드의 히로인으로 활약했다. 이에 20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장서연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길소연은 가수 지망생이었으나, 반석병원에서 의료사고로 목소리를 잃어 꿈과 희망을 잃은 인물이다. 이에 그는 극 중 쉰 목소리로 절규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캐릭터로 열연했다.

그러나 실제 만난 장서연은 복숭아빛 뺨이 발그레한 '과즙상'의 발랄한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장서연은 이에 "아무래도 감독님이 아픔을 가진 캐릭터인 만큼 야윈 분위기와 모습을 원하셨다.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런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그런데 차마 안 먹으면서 살을 뺄 수는 없어서 운동량을 늘리고, 먹는 양은 줄이면서 두 달 정도 빠르게 3~4kg 정도 감량했다"라며 "지금은 다시 건강하게 회복한 상태"라고 밝혔다. 
목소리를 잃은 캐릭터인 만큼 쉰 목소리를 내는 게 연기의 관건이었던 바. 장서연은 "오디션부터 길소연 캐릭터로 봤고, 오디션 지문부터 '쉰 목소리'로 말하는 게 조건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쉰 목소리 낫는 법'은 나와도 '목소리를 쉬게 하는 법'은 나오지 않더라. 결국 아무래도 저보다는 목소리나 소리를 내는 법에 대해 더 잘 아실 법한 성악을 전공한 분을 찾아가서 성대를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너무 긴장하면서 연기했는데 촬영장에서도 좋게 봐주시고 평도 좋아서 걱정을 덜었다"라고 밝혔다. 
반대로 짧은 장면이지만 가수 지망생이었던 길소연을 표현하기 위해 아름다운 목소리를 뽐내는 장면도 있었다. 모친이 길소연이 '거위의 꿈'을 부르는 영상을 한이한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던 것. 쉰 목소리는 물론 맑은 목소리의 노래 역시 장서연의 실제 목소리였다. 
이와 관련 장서연은 "그 '거위의 꿈'을 부르는 장면이 제 첫 장면이었다"라며 당시의 긴장감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그는 "한 두 달 동안 '거위의 꿈'만 계속 불렀던 것 같다"라며 웃은 뒤 "처음엔 혼자 연습하다가 나중엔 카메라 앞에서 불러야 한다는 생각에 소속사 직원 분들 앞에서도 노래하는 장면을 연습했다. 그때 정말 떨렸는데 다행히 무사히 촬영이 끝났다"라고 밝혔다. 
실제 장서연은 극 중 길소연처럼 가수 연습생이기도 했다. 장서연은 "중, 고등학교 때 방학 기간 동안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걸그룹 아이돌을 준비했는데, 나중에 배우로 전향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시작부터 장서연이 아이돌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장서연은 "초등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영국으로 갔다. 지금도 부모님은 영국에서 계시고 일이 있을 때 한국에 다녀가신다"라며 "영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 드라마 '황진이'를 접했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비디오방이 있었는데 그 곳에 '황진이'가 있었다. 우연히 보고 아름다운 한복의 색감, 우아한 한국무용의 춤선, 이런 것들을 담아낸 장면들에 반했다"라며 눈을 빛냈다.
이후에도 그는 영국에서 다양한 한국드라마를 접하면서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 특히 그는 국내 굴지의 명문대학교 중 한 곳인 고려대학교에서 학부와 대학원까지 수료했다. 배우의 꿈과 동시에 학업도 놓지 않았던 것.
병행이 힘들었던 만큼 그 시절에 대한 애틋함도 있었다. 장서연은 "제가 예전에 B 소화제 광고를 촬영한 적이 있는데 '닥터로이어' 실시간 시청자 톡에 그 광고를 언급하신 분이 있었다. 저조차도 그걸 기억하는 분이 계실 줄 몰라서 깜짝 놀랐다"라며 감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장서연은 "그때 당시에는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기가 힘들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다 제 밑거름이 된 것 같다"라며 수줍게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서연은 이렇듯 학업과 연기, 모두에 힘쓰는 성실한 날들을 거쳐 2016년 웹드라마 '통 메모리즈'를 통해 단역으로 처음 연기자로 데뷔했다. 6년 여의 시간 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 단역으로 경험을 쌓은 뒤 본격적으로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리는 '닥터로이어'를 만났다.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뿌듯함도 컸다. 장서연은 "어머니가 마침 방송할 때 한국에 들어오실 일이 있으셨는데, 와서 주위에 연락하기 바쁘셨다"라며 웃었다. 또한 그는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에 저를 봐주신 외할머니와 각별한데, 외할머니도 엄청 좋아하셨다"라며 '닥터로이어' 출연에 대한 뿌듯함을 표했다. 
가족을 넘어 대중 앞에 장서연은 어떤 배우로 기억될까.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연습생으로 버텼던 청소년기와 홀로 한국에서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며 버텼던 사회 초년생의 시간을 거쳐 어엿한 배우로 이름과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때. 쉬고 탁한 목소리의 환자부터 과즙상 인간 비타민의 모습까지,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다채로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러 옷이 어울리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사실 이번 소연 역이 흔치 않은 기회였어요. 캐릭터 자체도 그렇고 더 소중한데 소연 역처럼 그런 아픔이 있는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고 또 그냥 보통의 아픔 없는 여러 장르의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많은 경험, 오는 기회는 다 해보고 싶어요".
/ monamie@osen.co.kr
[사진] 피프티원케이(51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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