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한 '최소한의 이웃'" 허지웅, 혈액암 극복 후 느낀 '더불어 살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08.23 13: 42

허지웅이 2년 만에 '작가'로 돌아왔다. 
23일 오전 허지웅 산문집 '최소한의 이웃'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에 저자 허지웅이 박혜진 아나운서의 진행 아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자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중계됐다. 
'최소한의 이웃'은 허지웅이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저서는 '코로나19의 살풍경이 시작될 때'부터 거리두기가 중단된 현재까지 허지웅이 보고, 듣고, 읽고, 만난 세상에서 기인한다. 허지웅은 총 6부, 154편의 이야기를 통해 '더불어 살기 위한 가치'를 풀어낸다. 

저자 허지웅은 과거 잡지사 기자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JTBC '마녀사냥',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떨치며 얼굴도 알렸다. 그는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 '나의 친애하는 적', '살고 싶다는 농담'을 비롯해 소설 '개포동 김갑수 씨의 사정', 1960~80년대 한국 공포영화를 다룬 '망령의 기억'을 집필했다. 
더욱이 그는 지난 2018년 12월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을 진단받아 투병했다. 지난 2019년 진단 8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갑작스러운 그의 투병 소식이 그의 팬들에게 큰 충격을 남겼던 바. 이에 '최소한의 이웃'에서 투병 후 심경을 비롯해 허지웅의 사유와 고찰이 어떻게 담겼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허지웅은 출간 과정에 대해 "2년 만에 나온 책"이라고 운을 떼며 "준비 기간도 길었고, 고민도 긿었다. 제가 생각하거나 의도했던 대로 다가가고 있늦지 조바심도 난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겠지만 책이라는 건 누군가가 읽어야 가치가 생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하고 썼다. 하만 제가 의도한대로 받아들여질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라고 긴장감을 밝혔다. 
특히 그는 "'이웃'이라는 말 자체가 어느 순간 상실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옆집 사는 사람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책을 쓸 때부터 이웃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이 책으로 나와서 지금으로서는 만족스럽다.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그분들의 몫이다. 저는 작가로서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이 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허지웅은 '최소한의 이웃'이라는 제목에 대해 "그만큼 서로 이웃으로 같이 산다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려움을 표현하는 단어를 '최소한'으로 잡았다"라며 "이 글을 통해서 이웃과 소통해야한다고 얘기하려고 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한게 처음에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였다. 전염병이 결국 그렇다. 내가 조심하지 않으면 남이 걸리고, 남이 조심해주지 않으면 내가 걸린다. 아무리 꼴보기 싫어도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만 한다.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더욱 각박해졌다. 그래서 끓어오른 마음들을 진정시키고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 가치들을 주제로 삼아서 집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허지웅은 "제 생각엔 '최소한의 이웃'이라는 것은 살아가면서 가져야 하는 덕목이나 소양이 아니라 제가 생각하는 조건이었다. 우리가 타인과 최소한으로 관계를 맺지 않으면 위기가 왔을 때 너무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 이런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최소한의 무엇으로서 기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소한의 이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며 "본인이 생각하는 나의 역할이나 내가 가정이나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상충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제가 말하는 건 그런 어려운게 아니라 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가 하면 허지웅은 혈액암 투병에 대해 "어느 시점까지는 저는 제가 살 줄 몰랐다. '뭘 남겨야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굉장히 치열하게 여러가지를 했다. 그래서 이전 책도 썼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살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사유들이 이 책에 많이 담겼다. '내가 뭘 남길 수 있을까. 돈이나 부동산 말고 뭘 내 자식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고, 그 아이들이 뭘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고민 하는 분들께 이 책이 가이드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그는 "글쓰는 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독자만큼 소중한 건 없다"라며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더 읽혔으면 좋겠다. 책을 안 읽는 사람이 타겟이지만 동시에 '동굴' 밖으로 간신히 나왔는데 다시 동굴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 그런 분들이 이 책을 통해서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삶에 꼭 필요한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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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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