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텐션 아냐"…'리미트' 진서연, '독전' 센캐 깰 주체적 여성 배우[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8.25 17: 50

 배우 진서연(40)이 연기하는 여성 캐릭터는 주체적이다. 남성에게 의지하거나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욕망에 따라 선택하고 움직인다. 성취욕이 강한 인물이어서 자신의 계획과 신념에 의해 어떤 사안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다.
진서연을 관심 가는 배우로 만들어 준 영화 ‘독전’(2018), 드라마 ‘원 더 우먼’(2021), 그리고 ‘리미트’(2022)까지 진서연은 오로지 여성이자, 개인으로서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나리오에 그려진 스토리와 인물 설정이 여러 가지로 뻗어나갈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 단단하게 중심을 붙잡고 앉아있는 정신은 나약한 마음이 아닌 거침없는 돌파력과 굳센 의지다. 어릴 때부터 형성된 이같은 정신과 자세가 배우 진서연의 뼈대를 만들었다.

진서연은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달 31일 극장 개봉을 앞둔 새 한국영화 ‘리미트’에 대한 얘기를 전했다. 그녀는 캐스팅 된 과정부터 자신의 방향성까지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하며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었다.
‘리미트’(감독 이승준, 제공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작 베러투모로우·나로픽처스·조이앤시네마, 배급 TCO(주)더콘텐츠온·제이앤씨미디어그룹)는 아동 연쇄 유괴사건 피해자 엄마의 대역을 맡은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 소은(이정현 분)이 사건을 해결하던 도중 의문의 전화를 받으면서 최악의 위기에 빠지게 되는 범죄 스릴러. 이달 31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진서연은 아이를 납치당해 실의에 빠진 엄마 연주 역을, 문정희는 유괴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여자 혜진 역을, 이정현은 경찰 소은 역을 맡아 여성 배우 3인방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이날 진서연은 “아이를 잃은 엄마의 역할이라 내가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했다. 촬영에 들어간 이후 제가 연기한 걸 보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 새로웠다”고 웃으며 말했다. 진서연과 함께 문정희, 이정현의 케미스트리가 ‘리미트’를 이끄는 주요 요소다.
진서연은 “(이)정현 선배님은 쉬는 시간에 배우들과 장난을 치다가 카메라가 켜지면 본격적으로 몰입하신다. 반면에 저는 느려서 그런지 그렇게 확 바뀌는 게 잘 안 된다. 촬영장에 미리 가서 그 캐릭터로 있어야 한다”고 촬영에 임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전했다.
“‘독전’ 때도 그랬다. 쉬는 시간에 저는 다른 배우들과 수다를 나누지 않았고 촬영을 완전히 마친 후 홍보를 할 때쯤에 했다.(웃음) 원래 제가 차분한 스타일이라. 하이텐션이 아니라서 시간이 필요하다.(웃음) 배우들과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지만, 캐릭터로 변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다. 홀로 있는 시간이 되게 외롭다. 저도 되게 재미있는 사람인데.(웃음) 배우들 사이에 끼어서 이야기하면 좋은데 그러면 모아놓은 에너지가 흩어진다. ‘독전’에 나온 배우들은 평소 제가 좋아했던 사람들임에도 저는 다른 장소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캐릭터의 분위기를 유지했었다.”
진서연은 ‘독전’(감독 이해영)에서 마약에 중독된 여자 보령 역을 맡아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인생캐’를 만들었다.
이에 “저는 똑같이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독전’이 가장 드러나고 주목받았던 작품인 거 같다. 그 작품 이후 더 ‘센캐’이거나 자극적인 인물만 제안 받고 있다.(웃음) 물론 ‘독전’이 저에게 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근데 서사가 없는 빌런을 제안하신다면 어쩔 수 없이 안 한다. 제가 작품을 많이 하는 배우가 아니지만 그런 제안이 들어오면 안 하게 되더라. 설명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라면 모르겠지만. 언뜻 합리화를 시키려는 악역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출연을 결정하는 기준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서연은 “다들 저를 ‘독전’ 속 캐릭터로 보시는 거 같다.(웃음) 제가 하이텐션의 미치광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웃음) 그렇게 받아들이시고 그런 역할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다. 저는 액션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액션의 최고 영화는 ‘아저씨’라고 생각한다. 그 작품 속 액션은 서사가 있다. 빌런도 서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서연이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코믹 액션.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 코미디를 제일 잘했다. 다들 모르시지만 저는 웃기는 사람이다.(웃음) 예를 들면 영화 ‘극한직업’에서 이하늬가 했던 장 형사 같은 역할을 잘할 수 있다. 상황이 웃긴 코미디를 하고 싶다”며 “‘독전’의 이미지로 인해 세고 악랄한 인물만 들어와서 아쉬운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그런 제안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있게 말했다.
진서연이 하루 4시간씩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도 몸매 관리 차원이 아닌, 미래에 맡을 캐릭터를 위해서다. “저는 배우는 국가대표, 태릉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이름을 걸고 나가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라며 “물론 액션 연기를 앞두고 몇 달간 연습해서 작품에 임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일상에서 매일 운동을 하고 있어야 작품에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과 영화를 많이 보고, 운동을 하며 24시간 배우로 몰입해 있는 게 좋다. 그렇게까지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수백 명의 스태프 및 제작진을) 책임질 수 없다는 마음이다. 대충하면 안 된다.”
진서연이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아온 비결은 어릴 때부터 성평등에 관심을 갖고 삶을 스스로 개척해왔기 때문. 대학교 등록금부터 생활비까지 부모님에게 의지하지 않았고 직접 해결했기 때문에, 여성으로서의 삶에서 고군분투하던 모습으로부터 배우로서 캐릭터에 투영할 수 있는 것이다.
진서연은 “결혼할 때도 제가 남편에게 프러포즈했고, 일을 할 때도 그렇다. 학교 다닐 때부터 제가 모든 걸 주도적으로 결정하면서 성장해왔다. 주도적으로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남자 캐릭터를 떠받들거나, 부수적인 여성 캐릭터는 거절한다. 제가 봤을 때 문제가 없는 선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만 맡아서 연기하고 있다”는 소신을 전했다.
진서연은 유쾌하고 발랄하지만 그 위로 쨍하고 강렬한, 날 것의 뾰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산다고 해서 제가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산재해 있지만.(웃음) 그걸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명상 통해 도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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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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