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성 감독 “많은 시행착오 거친 ‘서울대작전’…아쉽지만 후회는 없어”[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2.08.30 14: 41

 문현성 감독이 ‘서울대작전’ 연출 비하인드를 전했다.
29일 오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의 연출을 맡은 문현성 감독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서울대작전’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당일, VIP 비자금 수사 작전에 투입된 상계동 슈프림팀의 쾌속 질주를 담은 카체이싱 액션 블록버스터.
지난 26일, 넷플릭스를 통해 비로소 ‘서울대작전’을 세상에 내놓은 문현성 감독은 “아쉬운 부분들은 너무 많다. 사실 과장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아쉬운 부분투성이인데, 그건 ‘서울대작전’뿐아니라 과거 제가 연출했던, 참여했던 작품들도 비슷했다. 이번에는 특히 여러가지 기술적인 부분들이 저 뿐만아니라 제작진 입장에선 굉장히 큰 산이었다”고 돌이켜 봤다.

그는 “많은분들이 할리우드와 비교해서 말씀해 주시지만 그 정도의 물량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저희 나름대로 시도할 수 있는 여러 솔루션들을 총동원해서 만들었다”면서도 “촬영하면서, 후반 작업을 하면서도 계속 아쉬운 부분들은 눈에 밟혔다. 하지만 저희가 나름은 큰 포부를 갖고 처음부터 각오를 하고 시도했었기 때문에 아쉽긴 하지만 후회스럽진 않다. 앞으로 계속 또 이런 시도들이 이어질거고, 그럼 점점 기술적 퀄리티도 올라갈 거라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문현성 감독은 가장 고전했던 장면을 묻자 “여러 가지 기술적 시도들을 했고,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찍은 샷들이 꽤 많다. 국내 영화 중에선 저희가 처음 시도를 한 솔루션이다 보니 실제 촬영을 진행하면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가 꽤 있었다.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찍어야 되는 샷들을 3주 정도 몰아서 진행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스태프, 배우분들 다 굉장히 고전했던 것 같다”고 고충을 전했다.
1988년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작중 등장하는 올드카를 섭외하는데만 해도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밝힌 문현성 감독은 “공교롭게도 저는 이전에 연출했던 ‘코리아’, ‘임금님의 사건수첩’ 모두 시대극이었다. 이번 작품도 1988년을 배경으로 한다. 시대극은 저한테 개인적으로 애증의 관계 같다”고 시대극과의 남다른 인연을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은 80, 90년대 것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80년대 배경을 표현하려면 결국 다 미술팀, 소품팀, 세트팀의 손이 닿아야 가능하다. 촬영팀, 조명팀도 너무 힘들다. ‘서울대작전’에 등장하는 모든 공간들이 조건은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는 촬영 전에 준비할 때 퍼레이드신을 많이 걱정했다. 그래서 그런지 공개 후에 퍼레이드신 구간을 볼 때 가장 다행스럽더라. 그만큼 힘들게 촬영하기도 했다. 퍼레이드 행렬을 도와주신 분들이 다 배우분들이 아니시다. ‘서울대전쟁’처럼 촬영했던 기억도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대극은 연출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문현성 감독은 또다시 시대극을 책했다. 그는 “시대극이라는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저한테는 이야기가 더 우선적인 선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필 또 이 이야기의 배경이 1988년이라 그런 부분들은 당연히 감수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다”며 “시대극의 매력 중 하나는 긴 시간 동안 작업 하다보면 결국 1980년대든 조선시대든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 살고있는 인생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되더라. 거기서 오는 개인적인 여러 감흥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 체이싱 액션’ 장르인 만큼 시대적 고증뿐아니라 액션신 연출에도 많은 노력이 뒤따랐다. 문현성 감독은 연출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묻자 “레이싱, 카체이싱, 차와 관련된 액션들은 다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샷들은 거의 없어서 촬영 내내 긴장이 많이 돼 있었다”며 “연출하는 감독 입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저희가 의도한 색깔을 끝까지 유지해 가면서도 그 안에서 대중적인 혹은 오락적인 균형을 잡아가는 부분이었다. 보시는 분들 또한 각자 생각하시는 밸런스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음 기획 시작했을 때부터 마지막 작업 때까지도 밸런스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물론 최종적으로 완성한 밸런스가 황금비율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런 고민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작전’은 단순히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 아닌, 80년대 힙합 문화를 녹여낸 것이 특징 적이다. 올드카를 활용한 카체이싱 액션 역시 그 부분 중 하나. 문현성 감독은 “음악으로서의 힙합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처럼 된 80년대의 힙합에서부터 출발했다. 어떤 것들을 가져와야 재밌는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채워갔다. 그러다 보니 1988년의 올림픽부터 시작해서 올드카, 당시 여러 가지 코드들 중 하나가 모티브로 차용되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저희 기준에서는 힙합처럼 혹은 팝 아트처럼 믹스 앤 매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접근 자체가 많은 분들한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이게 우리가 처음 상상했던 것들이다 보니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번 가보자’라는 게 유아인 배우뿐 아니라 모든 출연진 분들께도 하나의 공통분모였다. 그러다 보니 그 뒤에 여러 가지 것들이 자연스럽게 하나하나씩 쌓여갔던 게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낯선 조합때문일까,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1980년대가 아닌 디트로이트 등 미국의 1970, 80년대 같다는 평도 등장했다. 문현성 감독 또한 “실제로 기획 단계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수긍했다. 그는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서울이라곤 하지만 이런 친구들이 있었는지, 저도 그것까지 검증해보진 않았지만 유별난 캐릭터들을 설정하고 싶었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1980년대를 경험하셨던, 지금도 기억하고 계신 분들한테는 좀 이상한 아이들처럼 보이실 수도 있다. 보시는 분들마다 영화적 허용치라는 게 다르다 보니 제가 의도한 정도가 너무 과하다고 보실 수도 있지만, 사실 저는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어느 정도에서 접점 찾아서 배우들과 같이 표현했다. 이게 어떻게 느껴지느냐에 대한 부분들은 결국 시청자, 팬분들한테 맡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후반부에 동욱(유아인 분)이 차와 함께 비행기에서 착륙하는 장면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클라이막스 설정 뿐아니라 중간중간 리얼리티와는 거리가 좀 먼 설정들이 여러 번 등장한다. 제가 생각하는 이 이야기의 톤 앤 매너는 유쾌한 블랙코미디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다 보니 리얼리티에서는 약간 벗어날 수 있겠지만 좀 더 영화적인 재미와 상상을 더하는 쪽으로 여러 설정들을 디자인했다. 그게 플러스일지 마이너스일진 저도 모르겠지만.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100% 픽션이다. 오히려 더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하다”고 답했다.
문현성 감독은 ‘서울대작전’ 속에 담긴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청춘과 관계된 여러 부분이 있다. 그중 하나가 ‘아메리칸 드림’이기도 하다. 영화상 주인공인 동욱한테 가장 큰 꿈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상황과도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 다들 큰 꿈을 갖고 싶어 했고 큰 꿈을 가지라는 얘기를 늘 들었다. 그렇다 보니 상계동 빵꾸팸이라는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 당시로 돌아가 보면 각자 그런 꿈들 하나씩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꿈을 시도하려다가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것들 그 자체가 청춘이기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동욱이나 빵꾸팸 같은 경우 아메리칸 드림을 어떻게 해서든 빨리 이루려다 보니 이런 일을 만나서 목숨을 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예상 밖의 큰 시련을 만나게 된다. 물론 우리 모두가 현실에서 그런 일을 겪게 되는 건 아니지만 빵꾸팸한테는 그게 하나의 거대한 쓰나미 같은 일이 돼서 이 청춘들이 또 다른 세계로, 또 다른 단계로 가는걸 보고 싶었다. 저희끼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만약 이 친구들이 이 미션을 어떻게든 잘 수행해내고 미국에 간다면 또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라는 얘기도 많이 나눴다. 그런 흐름 속에서 청춘을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서울대작전’을 시청한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1980년대에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었고 모습들이 있었다. 저는 그런 것들이 굉장히 격렬하게 부딪히고 공존하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2022년의 한국, 서울이 만들어졌다는 걸 언젠가부터 피부로 느끼게 됐다. ‘서울대작전’을 보시면서 1988년에 올림픽도 있었지만 올림픽과 관계된 여러 가지 것들이 더 있었을 수 있겠구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포인트를 짚었다.
그러면서 “실제 올림픽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보면 영화적인,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다. ‘서울대작전’은 그중 한 조각일 뿐이다. 이런 기존의 우리가 접해왔던 시각과는 좀 다른 각도에서 1988년을 한번 소환해 보시는 것도 ‘서울대작전’을 보시는 재밌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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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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