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마주치지 말자고 했어요. 울 것 같으니까."
이제 롯데 이대호(40)와 함께할 시간은 단 24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은퇴시즌의 이대호도 갈수록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할 따름이다. 다가올 마지막의 슬픔도 미리 예상하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에서 통산 11번째 만루포를 때려내는 등 3안타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6-4의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8월 26일 사직 삼성전 이후 일주일 만에 만루홈런을 다시 생산해냈다. 만 40세의 은퇴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현재 팀 내 최고 타자의 성적을 마크하고 있다.

타율 3할3푼2리(449타수 149안타) 18홈런 81타점 OPS .877의 성적. 누가 이 성적을 은퇴시즌이라고 믿을까. 타율, 홈런, 타점, OPS 모두 팀 내 1위다. 여전히 최정상급 성적을 찍고 있는 이대호의 은퇴를 모두가 아쉬워하고 있다.
"내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라면서 이대호는 은퇴 번복 의사가 없음을 시즌 내내 확고하게 밝혔다. 박수를 받을 때 떠나고 싶다는 마음도 여전하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고 잔여경기가 줄어드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2일 잠실 두산전이 끝나고 만난 이대호는 "이제 24경기 남았다.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시간이 빨리 줄어드는 것 같다. (한)동희도 그렇고, (정)훈이, (전)준우, 베테랑들이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다"라며 "무서운 선배가 없어서 좋아하는 후배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진짜 내년이면 제가 없다는 것이 함께 야구했던 후배들은 많이 아쉬워한다"라고 전했다.
마지막 은퇴경기 때, 롯데의 덕아웃이 눈물바다가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올 시즌을 앞두고도 이대호는 "눈물이 많아져서 구단에 은퇴식도 안했으면 좋겠다"라는 걱정을 전하기도 했다. 글썽임을 넘어선 눈물이 흘러내릴 것이라는 이대호의 예감은 여전하다. 함께했던 동료들이 있기에 더 그렇다.
그는 "동희, 훈이, 준우 모두 마지막 경기할 때는 내랑 눈 마주치지 마라고 말했다. 서로 눈 마주치면 울 것 같으니까 선글라스를 끼든지 해서 눈을 안마주치기로 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다"라며 이대호, 그리고 이대호와 함께했던 선수들이 아쉬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상황을 염려했다.
팬들 역시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이대호이기에 떠나는 것을 만류하고 있다. 이날 경기 전 팬들의 커피차 선물을 받기도 했던 이대호인데, 커피차에 적힌 문구 하나하나가 모두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마음이기도 했다. 그는 "오늘 야구장 도착하자마자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다. 몰랐는데 이렇게 선물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았다"라며 "마지막 해에 이렇게 선물을 보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게 몸으로 많이 느껴진다. 원래 타석에 들어갈 때 함성이 컸는데 더 커지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즐겁다"라며 팬들의 함성을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