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아니라면 그런 리액션이 나올 수 없다.”
지난 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LG 류지현 감독은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의 팀 퍼스트 정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개인 승리 불발에도 팀이 승리하자 그 누구보다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켈리는 지난 1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해 언제나 그랬듯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2볼넷 1실점 112구 역투를 펼쳤다. 그런데 상대 선발투수 엄상백 또한 7이닝 3피안타 2사사구 1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패전 위기에 몰린 채 8회 마운드를 넘겼다. 0-0이던 7회 선두 황재균에게 허용한 초구 솔로홈런이 옥에 티였다.

LG 타선은 마지막 9회 엄청난 뒷심을 발휘했다. KT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채은성이 안타, 문보경이 볼넷으로 1사 1, 2루 밥상을 차렸고, 후속 문성주가 1타점 동점 2루타, 대타 이형종이 2타점 적시타를 치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그 결과 KT를 3-1로 꺾고 역전 우승을 향한 여정을 계속 이어나가게 됐다. 켈리 또한 시즌 3번째 패배를 모면.
9회 중계화면에 잡힌 켈리의 모습이 동점타와 역전타 못지않게 화제가 됐다. 시즌 15번째 승리가 불발된 상황이었지만 문성주와 이형종의 안타 때 그 누구보다 격하게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며 열광했기 때문. 물론 문성주의 동점타 때는 패전을 면했다는 기쁨도 있었겠지만 이형종의 역전타가 나오자 같은 리액션으로 팀의 리드를 반겼다.

사령탑은 경기 후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환호하는 켈리의 모습을 봤다. 그리고 그 장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류지현 감독은 “진심이 아니면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없다. 마음속에서 무언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이었다”라며 “그 상황이 켈리의 개인 승리로 향하는 과정이었다면 그럴 수 있지만 이미 본인 승리는 날아간 상황이었다. 팀 승리를 그렇게 기뻐하는 걸 보고 팀 퍼스트 정신이 느껴졌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후반기 승률 1위(19승 11패)에 빛나는 LG는 선두 SSG의 우승 도전을 저지할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어느덧 SSG를 5경기 차로 따라붙으며 시즌 막바지 선두 경쟁이 재점화된 상황. 류 감독은 “선수들 모두 서로간의 믿음이 있다. 외국인투수는 개인 승리가 아닌 팀 승리에 환호한다. 이런 요인들이 올 시즌 순항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라고 비결을 전했다.
아울러 “1일 경기 결과는 이형종, 고우석이 냈지만 그 과정에는 켈리와 문성주가 있었다. 난 그들을 더 높게 평가하고 싶다”라는 사령탑의 시선을 통해 LG만의 팀퍼스트 문화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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