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수치 모두 우상향, 성적은 제자리걸음…안경에이스 미스터리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9.12 09: 30

구위와 세부 수치는 모두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나오는 결과는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않다. 롯데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호기로웠던 시즌 초중반을 뒤로한 채 다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성적은 도돌이표처럼 이전으로 회귀했다.
박세웅은 지난 11일 사직 NC전 선발 등판해 2⅓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1탈삼진 7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시즌 10패(8승)째를 당했다. 지난 8월12일 키움전(7이닝 무실점) 이후 기복 있는 투구를 펼치며 5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2⅓이닝은 올 시즌 최소 이닝. 올 시즌 5이닝 이하 투구는 지난 8월4일 LG전(4⅓이닝 5실점), 1경기 밖에 없었던 박세웅은 이날 올 시즌 두 번째로 5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다. 2018년 10월 10일 KT전(1⅓이닝 5실점) 이후 약 4년여 만에 최소 이닝 강판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 3회초에만 7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2022.09.11 / foto0307@osen.co.kr

커리어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부진했던 이날 투구 내용이었다. 최고 149km의 패스트볼(26개)과 슬라이더, 커브(이상 12개), 포크볼(5개)을 구사했다. 구위 자체는 문제 없었고 제구 역시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9개의 안타를 얻어맞았다. 특히 3회 집중타를 연달아 허용하면서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올해 박세웅은 여러모로 구위와 제구 면에서 확실히 스텝업을 했다. ‘스탯티즈’에 의하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매년 우상향 중이다.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2018년 평균 141.5km로 가장 떨어졌다. 하지만 2019년 143.8km, 2020년 143km의 평균 구속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145.5km로 2km로 넘게 상승했고 올해는 146.5km로 또 다시 상승했다. 모두 최정상급 수치다.
구위를 바탕으로 탈삼진 능력이 일취월장했다. 9이닝 당 탈삼진은 8.21(6위)로 커리어 최고 수준이다. 덩달아 볼넷도 줄어들었다. 9이닝 당 1.74개의 볼넷(5위)만 허용할 정도로 제구력도 잡혔다. 삼진과 볼넷 외에도 박세웅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피홈런 허용도 구위 상승과 함께 대폭 줄었다. 2020~2021년 20개 씩의 홈런을 내줬지만 올해는 7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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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웅이 스스로 삼진 등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스포츠투아이’ 기준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은 2.82로 리그에서 4번째로 낮다. 안우진, 에릭 요키시(이상 키움), 드류 루친스키(NC) 등 올해 리그를 호령하는 에이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박세웅의 평균자책점은 FIP와 괴리감이 느껴진다. 지난 11일 경기 난타를 당하면서 시즌 평균자책점은 3.98로 상승했다. FIP와 평균자책점이 약 1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박세웅 자체의 능력에 비해서 성적이 받쳐주지 못하는 수치다.
아이러니하고 미스터리한 박세웅의 현재 기록들이다. 모든 수치들이 성장하고 과정 자체도 나아졌는데 결실을 맺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운이 따라주지 않거나, 수비의 도움을 못 받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박세웅은 올해 땅볼/뜬공 비율 1.91로 리그 최고의 ‘땅볼러’로 거듭났다. 이러한 투구 성향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내야 수비의 뒷받침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올해 롯데 수비진의 타구 처리율(DER)은 .650으로 리그 최하위다. 박세웅이 도움을 받기 힘든 주변 환경이 적절한 성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볼넷을 내주지 않는 공격적인 투구패턴 때문에 역습을 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11일 NC전 3회 7피안타 1볼넷으로 대거 7실점을 허용할 때, 7개의 피안타 중 5개가 모두 2구 이내에 얻어 맞았다. 확실한 노림수에 패턴의 변화 없이 우직한 투구를 펼친 것이 위기를 자초했다. 올해 피안타율은 2할8푼7리. 볼넷이 줄어들고 피안타율이 높아지는 어쩔 수 없는 변화가 안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여러 좋은 자질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효과적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박세웅의 기복은 결국 팀의 5강 경쟁에도 악영향이다. 좀 더 발전하고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박세웅의 미스터리한 성적을 선수 혼자만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주위 환경들에 둘러싸여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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