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칙칙한 대작들 터트리는 웃음 폭탄 [Oh!쎈 초점]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09.23 08: 56

"유병재랑 신하균? 믿고 있었다고!".
작가 유병재의 '말맛' 살린 대본에 '하균신'으로 통하는 배우 신하균의 코믹 연기가 만났다. 확신의 웃음 필승 조합이 블록버스터로 빼곡했던 K콘텐츠 시장에 소소한 균열을 내고 있다.  
최근 공개 중인 쿠팡플레이 시트콤 '유니콘'(작가 유병재, 연출 김혜영)은 유니콘 기업이 되고 싶은 스타트업 회사 맥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은은하게 돌아있는 맥콤의 CEO 스티브(신하균)를 중심으로 크루들의 겪는 혼돈의 K-스타트업 분투기를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에 '유니콘'은 현실적인 소재와 신선한 구성으로 웃음을 선사하며 마니아 층의 호평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서 관련 콘텐츠 영상을 중심으로 "누가 우리 회사 이야기로 대본 썼냐", "방심하다 빵 터졌네", "최근 본 중에 제일 웃기다"는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작가 유병재의 'B급 코미디'가 통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등장인물들이 기상천외한 언행들로 웃음을 선사하는 상황. 'SNL' 시리즈와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의 예능은 물론 자체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참신함을 인정받아온 유병재의 감각이 시트콤 대본으로도 인정받은 것이다. 
배우들의 뻔뻔한 코미디 연기도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슬랩스틱에 가까운 몸짓부터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상반되는 진지한 표정 연기, 웃음을 위해 자연스럽기 보다 극적인 '말맛'을 살린 대화들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는 것. 그 중에서도 신하균은 코미디마저 명품 연기로 소화하고 있다. 명불허전 '하균신'의 재림이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특별출연이라 믿기지 않았던 그의 존재감이 '유니콘'에서 제대로 물을 만났다.
여기에 원진아와 이유진, 배윤경과 김욱의 로맨스는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맛까지 살려 설렘을 더했다. 특히 원진아와 이유진은 산업 스파이라는 갈등을 극복하고 직진 로맨스를 보여주는 사이다 같은 전개로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배윤경과 김욱은 '재발견'이라 해도 좋을 만큼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 묻히지 않는 캐릭터 소화력을 발산하는 중이다. 더불어 김영아, 허준석, 이중옥, 배유람, 이규현 등 극성 강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감초 연기자들의 활약이 한층 더 풍성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유니콘' 곳곳을 둘러봐도 오직 '웃음'을 위하는 요소가 가득한 상황. 돌이켜 보면 이렇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의 등장이 얼마만인가. 그동안 'K콘텐츠'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은 전에 없던 규모의 대작들 위주로 전개돼 왔다. 이는 작품 전반의 완성도를 높여주기도 했으나, 반대로 소소한 재미를 주는 작품들이 사라지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화려하고 블록버스터 급의 작품이 아니고서는 쉽게 '오리지널'을 붙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던 탓이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글로벌 OTT 콘텐츠들의 경우 화려한 스타 캐스팅, 블록버스터급 소재나 로케이션 촬영에 기반한 대작 편성 성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 가운데 '유니콘'은 소소한 즐거움도 통하는 분위기를 만들며 콘텐츠 시장의 다양성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어느 날', '안나'와 같은 대작들로 연타석 히트를 쳤던 쿠팡플레이의 영리한 시도가 돋보이는 편성이다. 
물론 그렇다고 '유니콘' 안에 오직 B급 유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니콘'은 유니콘 기업을 만들고 엑시트해 수익을 내는 것에만 혈안이 된 듯한 등장인물들이 결정적인 순간 수익성 보다는 '사람'을 선택하는 모습으로 나름의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마치 제목처럼 어디에도 없는 유니콘 같지만, 실제 현실을 지탱하는 것은 누군가의 인류애가 담긴 감동실화들이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결국 보다 보면 깔깔거리다가 방심한 순간 뭉클한 여운이 남는다. 뒤끝없이 개운하게 유쾌한 '유니콘'이 유독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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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쿠팡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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