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저런 내야수가?” 김하성에 쏟아진 일본어 댓글 1300개 <야구는 구라다>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2.10.05 05: 10

[OSEN=백종인 객원기자] MLB FUN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개설된 지 1년가량이다. 구독자 2만 6천명이 조금 넘는다. 업로드 영상은 60~70개 정도다. 최다 조회수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편이다. ‘차원이 다른 주루’라는 테마로 올 5월에 올렸다. 100만 뷰가 조금 넘는다.
그 다음이 김하성 편이다. ‘아시아 넘버1 내야수 김하성 호수비 모음(アジアNo.1内野手キム・ハソンの好プレー集).’ 업로드 날짜는 8월 25일. 클릭수가 83만이 넘는다. 말 그대로 멋진 수비를 하이라이트 편집한 영상이다. 5분 47초 동안 20개 넘는 명장면이 담겼다.
반응이 뜨겁다. 엄지척이 6천개 이상이다. 댓글은 1300개가 넘는다. 한국어, 영어로 된 것도 있지만 흥미로운 것은 일본어로 된 리플들이다. ‘이런 선수가 있었어?’ 하는 놀라움이다. 물론 감탄과 찬사, 그리고 부러움이 섞였다. 그 중 몇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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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유간 깊은 위치에서 노 바운드 송구가 가능한 아시아 선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凡鯖夫)
“이렇게 수비하는 아시아 내야수가 있다는 걸 몰랐다. 힘과 유연함은 물론이고 박력 넘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다.” (珠)
“수비에 관해서는 아시아만이 아니라, 메이저에서도 톱 클래스다. 정말 대단하다.” (ky)
“아시아인도 메이저에서 내야수로 활약할 수 있음을 증명해준 공이 크다. 항상 두근두근하는 플레이에 감사하다.” (K Turtle)
“메이저에서 동양인이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계속 부탁해! 김하성!” (田舎の男たち)
“능숙하고, 어깨가 강하다. 몸이 가볍고, 피지컬도 대단하다. 불타는 듯한 뜨거운 플레이다. 아시아 선수의 수비를 보고, 이렇게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하는 건 처음이다.” (hwi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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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사키 무네노리의 케이스
가와사키 무네노리라는 유격수가 있다. NPB에서 톱을 찍었던 선수다. 마쓰나카, 고쿠보, 조지마와 함께 다이에(현 소프트뱅크)의 전성기를 이끌던 인물이다. 골든글러브, 베스트나인을 2번씩 수상했다. WBC(2006년, 2009년)와 올림픽(2008년) 대표로도 뛰었다.
2011년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유난스러운 매리너스에 집착남이다. 오매불망, 우상이 있어서다. 오야지(おやじ 영감님)라고 부르는 이치로다. 일본 시절의 백넘버 52번은 오야지의 51번을 추종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시애틀에는 이미 임자가 있었다. 그러자 61번을 달았다, 일본어로 ‘로쿠이치’로 읽히는 숫자다. 뒤집으면 ‘이치로쿠’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꿈을 좇는 일은 멋지다. 하지만 고달프다. 내내 마이너 계약이 전부였다. 오야지가 떠난 뒤로는 매리너스에서도 버려졌다. 블루제이스, 컵스 등을 전전했다.
이 무렵이다. 장훈의 독설이 쏟아진다. TV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빈정댄다. “2할 1푼짜리도 야구 선수냐? 마스코트 취급이나 받으면서 거기 있을 이유가 뭐냐. 미국 여행 다 했으면 이제 돌아와서 친정팀이나 살펴라.” 당사자는 묵묵부답이다. 대신 피가 뜨거운 다르빗슈가 기꺼이 참전한다. “모르는 소리. 가와사키는 팀에 중요한 선수다. 장훈씨 방송은 도대체 뭐하는 프로그램이냐. 선수 헐뜯는 게 컨텐트냐?”
어쨌든. 가와사키는 2017년 후쿠오카(소프트뱅크)로 돌아갔다. 미국의 5년은 그저 그렇게 끝났다. 275게임, 타율 0.237, 통산 홈런 1개가 전부다. 수비도, 공격도 모두 힘에 부쳤다. 장훈씨의 말대로 그의 자리는 유격수가 아니었다. 덕아웃 치어리더로 더 많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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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P의 간판 유격수들도 실패한 도전
여러 일본 선수가 MLB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스즈키 이치로는 명예의 전당급이다. 만장일치 MVP가 된 오타니 쇼헤이도 독보적이다. 그 외에도 많다. 노모 히데오, 다르빗슈 유, 우에하라 고지, 마쓰자카 다이스케, 구로다 히로키, 마쓰이 히데키 등등. 투수로, 타자로, 때로는 겸업으로. 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야망을 품고 떠났지만, 고개 숙이고 돌아간 경우도 많다. 특히 내야수들이 그렇다.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이 도전했다. 마쓰이 가즈오, 이구치 타다히토, 나카무라 노리히로, 니시오카 쓰요시, 이와무라 아키노리…. 쟁쟁한 올스타급, 골든글러브 수상자들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남기지 못했다.
2루수인 이구치와 이와무라는 그렇다 치자. 나머지는 NPB의 간판 유격수들이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별 볼일 없었다. 공격은 물론 수비도 평가받지 못했다. 가와사키처럼 가물거리는 이름일 뿐이다. 기본기, 견고함, 숙련도. 이런 자부심이 강한 일본야구가 한계에 부딪힌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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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년차다. 점수 매기는 일은 아직이다. 하지만 좋은 방향임은 분명하다. 이대로만 죽 앞으로 가면 된다. 그럼, 어쩌면, 그에게 역사적인 타이틀이 생길 지 모른다. ‘처음으로 성공한 아시아 출신 유격수’라는 수식이다.
앞서 밝힌 유튜브 영상에 기억에 남는 댓글이 또 하나 있다.
“수많은 아시아 타자가 도전했지만 (김하성이) 가장 중요한 수비로 통용된다는 것이 대단하다. 특히 쇼트(유격수)를 하고 있는 것이 너무 굉장하다. 가와사키도 세컨드나 쇼트를 해내고 있었지만 그 이상이다. 메이저에서 유격수를 해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인은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Pさん)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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