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만큼 펑고 받아봤니” 돌아온 수비코치, 최소실책 1위 영광 재현한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10.28 10: 33

돌아온 왕조의 수비코치가 3년 전 최소 실책 1위 영광 재현에 나선다. 두산 하면 수비, 수비 하면 두산이었던 시절의 명성을 되찾아 새로운 베어스 왕조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두산 이승엽호는 지난 17일 1군 수비 지도를 담당할 지도자로 조성환 코치를 선임했다. 조 코치는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두산 1군 수비코치를 맡다가 2021년부터 한화 1군 수비코치로 둥지를 옮긴 뒤 두 시즌을 보냈다. 이후 절친인 이승엽 신임 감독의 부름을 받아 2년 만에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근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조 코치는 “사실 2020시즌을 마친 뒤 두산에서 계속 함께 하자고 말씀해주셨는데 내가 과감히 도전을 택했다”라며 “그럼에도 날 다시 생각해주셔서 마음이 움직였다. 이승엽 감독님은 동기인데 전화로 같이 하자고 해주신 게 힘이 됐다. 물론 한화에서 2년밖에 보내지 않아 정리하는 게 쉽진 않았다. 마음이 계속 무겁다”라고 두산 코치로 복귀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24일 경기도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 2022 시즌을 마무리하는 캠프를 차리고 구슬땀을 흘렸다.두산 조성환 코치가 서예일을 비롯한 선수들과 수비 훈련을 펼치고 있다. 2022.10.24 / dreamer@osen.co.kr

조 코치는 과거 두산 왕조의 수비코치였다. 국가대표급 수비진을 구축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두산 야수진은 조 코치의 지도 아래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최소 실책 1위, 2020년 2위를 해냈고, 이는 연이은 한국시리즈 진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두산은 조 코치가 떠난 2021년에도 최소 실책 3위에 올랐지만 올해 5위까지 순위가 떨어지며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돌아온 왕조의 수비코치는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어떤 노하우를 전수할까. 조 코치는 “어린 선수들이 형들이 왔을 때 ‘어서오세요’ 하면서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력 여하에 따라 자기 자리가 될 수 있는데 주인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훈련하면 불안감이 생긴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연습 혹은 실전에서 다 나온다”라며 “이 자리가 내 자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갖고 형들이 오더라도 자리를 양보하기 싫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이 취임식에서 포스트 김재호로 꼽은 안재석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분석도 들을 수 있었다. 조 코치는 “(안)재석이는 좋은 걸 많이 갖고 있다”라면서도 “대신 화려함이 보인다. 그러나 유격수는 안정감을 갖추면 훨씬 더 좋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화려함을 버리고 안정감을 더하면 어떨까 싶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 지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24일 경기도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 2022 시즌을 마무리하는 캠프를 차리고 구슬땀을 흘렸다.두산 김한수 수석코치, 이승엽 감독, 조성환 코치(왼쪽부터)가 오전 훈련을 마치고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10.24 / dreamer@osen.co.kr
안재석이 김재호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연습이다. 노력만이 천재 유격수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조 코치는 “김재호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라며 “난 그럴 때 김재호보다 펑고를 열심히 받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재호보다 집중하지 못하고, 연습도 열심히 하지 않는데 어떻게 김재호를 뛰어넘을 수 있나. 그런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아웃카운트를 더 건실하게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그 정도 레벨의 선수가 될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수비는 신임 사령탑 또한 취임식에서 특별히 강조한 부분이다. 이 감독은 당시 “올해 두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책이었다고 본다. 실책이 많으면 경기 향방이 갑자기 바뀌기 때문에 상실감이 들 수 있다”라며 “타격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실수로 상대에게 기회를 주면 안 된다. 내년 시즌에는 조금 더 단단한 야구, 실수를 하지 않는 야구를 해서 예전처럼 두산을 활기찬 팀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조 코치의 생각 또한 같다. 왕조의 수비코치였던 만큼 올해 다시 두산을 수비의 팀으로 만들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조 코치는 “타격은 주전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연봉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수비는 지겹다. 어떻게 생산적으로 훈련을 시킬지도 고민이다”라며 “이승엽 감독님 말씀대로 수비는 얼마나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똑같이 주어진 연습시간을 어떻게 내 걸로 만드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수비에 열의를 갖고 훈련하는 선수를 지도할 준비는 모두 마쳤다. 조 코치는 “나는 그런 선수에게 더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튀어나오는 선수가 있다면 얼마든지 다 받아줄 준비가 돼 있다”라고 열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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