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윤학길⋅염종석⋅송승준…박세웅은 FA 대신 '프차'의 길을 택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10.28 19: 08

“최동원 선배님, 윤학길 선배님, 염종석 코치님, 최근에는 송승준 선배님까지…”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27)은 최근 리그 내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지난 2015년 데뷔한 이후 1001이닝을 소화했다. 양현종(KIA), 유희관(은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2018~2019년, 팔꿈치 부상 여파로 규정이닝에는 못 미쳤지만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웠다. 투수의 가치 평가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꾸준함과 이닝을 기준으로 삼으면 박세웅은 리그 최정상급 투수였다. 롯데에서는 물론, 리그 내에서도 이 정도로 꾸준하게 활약한 우완 투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박세웅은 롯데와 5년 총액 9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1년 만 더 활약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꾸준함과 워크에씩 등으로 따질 박세웅의 가치는 100억 원 이상으로 매겨질 수도 있었다. 물론 아직 군 문제도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박세웅의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었지만, 롯데는 군 입대 시기에는 계약이 유예되는 안전장치 마련했다. 일단 박세웅은 내년 군 입대 없이 1군 시즌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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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박세웅은 생각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FA 대박 대신 롯데의 레전드급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더 나아가 이들이 쌓은 기록과 명성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박세웅은 “시즌 중후반 단장님과 얘기를 하면서 다년계약 제의를 받았다. 단장님은 ‘우리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네가 필요하다.  잘 맞춰가며 계약을 만들어보자’라고 얘기를 해주셨다. 조율을 하면서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라고 말했다.
FA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시장에서 나의 평가가 어떤지 한 번 평가해보고 싶은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잠깐의 생각만 했다. 시장의 평가도 좋지만 롯데에서 더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라고 밝혔다.
롯데는 한국시리즈 4승 전설의 최동원을 비롯해 KBO 통산 최다 완투(100회)와 구단 최다승(117승), 최다이닝(1963⅔이닝)의 윤학길, 구단 최다 이닝 2위(1791⅓이닝)과 롯데의 가장 최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염종석, 그리고 최근까지 활약하며 윤학길의 최다승에 도전했던 송승준(109승)까지. 박세웅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유니폼 가슴에 새겨진 자이언츠의 이름을 달고 달성하고 싶은 기록이 너무 많다. 그는 “계약을 하면서 롯데에서 선발투수로 활약을 하셨던 최동원 선배님, 윤학길 선배님, 염종석 코치님, 최근에는 송승준 선배님까지, 이 선배님들이 계약을 하면서 떠올랐다. 이 선배들이 롯데에서 세우신 기록을 내가 다시 세우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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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서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채찍질을 해준 은인들도 잊지 않았다. 그는 “김원형 감독님, 이용훈 코치님, 임경완 코치님이 많이 생각난다”라면서 “강민호라는 포수와 함께해서 너무 감사했다. (강)민호 형이 잘 할때는 칭찬도 해주시고 못할 때는 혼도 많이 났다. 민호 형이 있어서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강민호는 삼성으로 떠났지만 2015년 트레이드로 롯데에 합류한 뒤, 줄곧 호흡을 맞췄고 2017년 데뷔 첫 10승과 규정이닝 소화를 이끈 배터리였다.
또한 박세웅을 이끌었던 통산 68홀드의 좌완 이명우(은퇴)도 빼놓을 수 없는 은인. 그는 “명우 선배님이 ‘이제 내가 밥 얻어먹어야겠네’라며 자신의 일인 것처럼 너무 축하를 많이 해주셨다”라고 웃었다.
90억 원이라는 거액이 계약을 따냈지만 올해 박세웅은 스스로에게 아쉬운 시즌이었다. 모든 수치들이 좋아졌지만 그에 수반되는 기록과 결과들이 따라주지 않았다. 28경기 10승11패 평균자책점 3.78(157⅓이닝 66자책점)의 성적. 지난 2년 동안 가장 많은 40개의 피홈런을 허용했지만 올해는 8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9이닝 당 볼넷은 커리어 가장 낮은 1.83개였다. 더 많은 승리와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해야 했다. 하지만 왜인지 제자리걸음이었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이 2.89로 더 낮은 것을 감안하면 올해 박세웅은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투수라는 가정은 가능하지만 모든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는 올해의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서 더 나아지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가을야구 구경꾼이 아니고 깊다. 언제나 발전하려는 자세와 승부욕은 롯데가 다년계약을 결심한 이유였다. 그는 “이제 더 책임감이 생기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부족한 점들을 많이 채워넣고 싶다. 아직 왜 올해 아쉬웠는지 문제를 찾지는 못했지만 다시 하나씩 곱씹어보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저와 우리 팀 모두 한두 번의 고비를 못 넘겨서 지금 팬분들과 함께 야구를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년에는 지금 이 시기에도 야구를 할 수 있게끔, 팬 분들이 야구를 보실 수 있게끔 노력하려고 한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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