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통신] “오늘은 죄송합니다” 지친 손흥민, 외신 인터뷰 정중히 사양한 사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2.12.06 19: 06

월드컵에 모든 에너지를 쏟은 손흥민(30, 토트넘)은 너무 지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 새벽 4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스타디움974에서 개최된 ‘카타르 월드컵 2022 16강전’에서 FIFA랭킹 1위 브라질에게 1-4로 패해 탈락했다.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 도전도 아쉽게 불발됐다.
한국의 주장 손흥민은 이날도 마스크를 쓰고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클래스’지만 혼자서는 벅찼다. 전원이 ‘월드클래스’인 브라질은 차원이 다른 상대였다. 손흥민은 헤더경합을 하고 그라운드에 넘어지기도 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월드컵이지만 결과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손흥민은 아쉽게 득점없이 대회를 마쳤다.

경기 후 도핑테스트에 임하는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믹스트존을 통과해야 한다. 전세계 기자들이 선수와 직접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한국취재진은 물론이고 독일, 영국, 브라질,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모두 손흥민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였다.
경기 종료 후 100분 쯤 지나서 가장 마지막으로 손흥민이 등장했다. 손흥민은 국내취재진과 6분 정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제가 아픈 것은 괜찮다. 선수들이 고생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경기에 뛴 선수들이나 안 뛴 선수들이나 옆에서 헌신해주는 모습이 너무나 고마웠고 감명받았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해주고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외신기자들이 손흥민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손흥민은 “오늘은 죄송합니다(not for today)”라고 인사한 뒤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손흥민은 평소 외신기자들에게 유창한 영어와 독일어로 인터뷰를 잘해줘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탈락했다는 허탈함과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했다. 당장 스타인 손흥민 기사를 써야하는 외신기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의 요르그 울프럼 기자는 “손흥민을 함부르크 시절부터 취재해왔다. 손흥민의 한국어 인터뷰 내용을 번역해서 줄 수 없겠냐?”고 사정했다. 일본 시사통신사의 기무라 마사시 기자도 “손흥민은 일본에서도 가장 중요한 선수다. 당장 손흥민의 인터뷰를 써야하는데 매우 난감하다”며 본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기자도 다른 나라 대표팀 취재를 갔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난감했던 경우가 많다. 기자가 손흥민의 인터뷰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서 외신기자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덕분에 우리나라에 손흥민의 소식을 빠르게 전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답례를 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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