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윤시윤 “후배·또래 연기보면 기죽고 샘나”..아직도 뜨거운 열정 [인터뷰 종합]
OSEN 김채연 기자
발행 2022.12.08 13: 19

배우 윤시윤이 영화 ‘탄생’에서 연기한 김대건 신부에 대해 이야기하며 배우로서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8일 오전 윤시윤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영화 ‘탄생’(감독 박흥식)에 대해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영화 ‘탄생’은 새로운 조선을 꿈꾸며 평등주의와 박애주의를 실천하다 25세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를 통해 종교적인 영향력뿐만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두려움에 맞서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었던 젊은이의 삶을 그렸다.

윤시윤은 김대건 역을 맡아 17세부터 20대 중반 순교하실 때까지의 모습을 연기한다. 특유의 친근한 매력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기심 많고 학구적인 청년이 조선 최초의 신부로 성장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이날 윤시윤은 8년 만에 스크린 컴백을 하게 된 소감으로 “너무 떨린다. 비용을 지불하고 극장에 와서 저를 좋든, 나쁘든 보고 계시는 거 잖아요. 애정이 없으면 영화관에서 앉아계시지 않으실테니 그만큼 겁나기도 한다. 이제 오디션을 보지 않는 배우가 됐지만, 오디션을 보는 느낌”이라고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바티칸 교황청에서 시사를 가진 ‘탄생’은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바티칸에 다녀온 소감을 묻자 윤시윤은 “너무 영광스럽다. 만약 한국에서 개봉을 먼저 하고, 인기가 있는 상태로 다녀왔다면 거만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개봉도 전에 초대를 받은 거니까. 그만큼 김대건이라는 인물을 오래 기다려왔던, 진짜 세상과 시대가 필요로 한 작품같다. 벅차오르면서 기다리고 있던 생명이 탄생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데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이게 그냥 종교인으로서, 위대한 사람으로 표현하려면 제가 연기하면 안됐다. ‘성인’이라고 표현되는 인물에 대해 막연히 거룩하게 다가가면 관객에게 외면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거룩하게 연기할 수도 없고,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청년 김대건이 ‘나와 비슷한게 있겠다’라고 생각해 그렇게 연기하려고 했다. 앞에 나오는 조금 아이같으면서, 저의 원래 어벙한 느낌들을 맘껏 보여줄 수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시윤은 “저희 영화의 모토기도 한데요. 김대건 신부는 그냥 새 시대를 열었던 개척자 같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어떤 학문을 하던간에 역사를 배우지않냐. 뿌리에 정통성을 갖고 있지 않냐. 그래서 천주교의 뿌리, 종교인이 아닌 한 사람이 때로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파격적으로 새롭게 개척하지 않았나싶다”고 덧붙였다.
윤시윤은 순교 장면에서 너무 긴장해 촬영장에서 가족들의 기도를 받았다고도 전했다. 그는 “부모님께 전화해서 ‘엄마 어디야? 2시간 남았는데, 내려올 수 있어?’하니깐 서울에서 충청도 충주까지 내려오셨다. 가족들이 30분간 손잡고 기도했다. 뭔가 의도가 있는게 아닌, 그 인물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다. 무언가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찍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윤시윤은 영화 대사의 절반 가까이되는 외국어 대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외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려고 노력할 수록 그 나라 사람들이 듣기에 더 이상하다. 한국어도 똑같다. 욕심부리지 않고 또박또박하는게 그들이 듣기에 더 낫더라”며 “그래서 초반부에 까불스러운 액션을 하려고 했던 게, ‘최대한 발랄한 사람이라면 발음이 모자란걸 상쇄할 수 있지않을까’라는 생각에 연기했다”고 말했다.
정작 윤시윤은 외국어 대사의 뜻도 모른다면서 “예전 라틴어라서 지금의 사람들이 알아 들을 수 없다. 그래서 음절을 색으로 나눠서 무지개 색으로 배열을 하면 머리속에서 글자의 색이 떠오른다. 그 시각정보를 갖고 디자인을 해두면 그림으로 연기한다”며 “시각적 효과를 통해서 조금 더 빨리 외우고, 누가 읽어주는 걸 들으면서 더 오래 외우고, 프랑스 배우가 와서 계속 들려주면 기억이 오래가니깐 같이 따라갔다. 정말 별짓 다 했다”고 웃었다.
윤시윤은 실제로 프랑스어를 연습하다가 입안이 헐기도 했다고. 그는 “프랑스어에는 혀를 깨무는 발음이 많다. 나중에는 밥을 먹으면 아프더라. 어느 순간 헐었더라. 식사를 못할 정도였다.영화에 몇번 그게 나오는데, 그게 입술 부르튼게 분장이 아니라 파운데이션을 칠하면 실제로 튼게 상처”라고 말했다.
몸을 불사르는 열정에 이유가 있냐고 묻자 윤시윤은 “발음이 정확해야 하니까. 후배들도 그렇고 또래 연기를 보면 기죽는다. 너무 연기를 잘하고. 저도 부러우면서도 샘이 난다. 그런 언어의 영역만큼은 노력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며 “연습이 모자란 게 나오는 건 안되는 거니까. 열정에서 밀리면 안되니까 그생각했다. 전혀 몰랐는데, 한달정도 연습해서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프랑스어 2시간, 중국어 1시간, 라틴어 몇시간. 하루에 5~6시간씩 연습했다”고 했다.
또한 윤시윤은 김대건 신부를 연기하면서 조심스럽기도 했다며 “무대인사로 부산을 갔다. 다같이 술을 먹고 펍같은 곳에도 가고 싶은데, 목격담이라도 뜨면 너무 이상할 것 같더라. 교황님께도 기도 부탁을 드렸던 게 이 영화가 세상에 알려질 때까지는 나라는 인물은 없어지고 김대건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예전에는 연기하는 인물이 되어가는 걸 배웠다면, 제 자신을 없애는 건 배워가는 것 같다. 내 자신을 없애는 것 또한 위대한 배우의 덕목이라는 걸 배웠다”고 털어놨다.
한편, 영화 ‘탄생’은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었던 모험가이자 글로벌 리더였던 청년 김대건의 개척자적인 면모와 새로운 세상을 꿈꾼 조선시대 청년으로서의 의지와 용기를 돋보이게 그렸다. 특히 파도가 몰아치는 해상과 바위산, 눈밭을 넘나드는 험난한 여정을 목숨을 건 대서사 어드벤처로서의 스케일을 역동적으로 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개봉. /cykim@osen.co.kr
[사진] 민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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