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주, 5살 子 사인은 말 아껴.."패혈증으로 온몸이" (아침마당)[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23.01.31 09: 28

어린 아들을 앞세운 고통을 겪은 개그우먼 성현주가 긍정 에너지로 오히려 많은 이들을 위로했다.
성현주는 31일 방송된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해 어린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낸 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냈다며 “눈물로 썼지만 따뜻하게 썼다. 이 책을 읽어주는 모든 분들이 다 같이 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그는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먼저 앞세우는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성현주는 “2018년 어느 날 장도연과 여행을 계획했다. 아침에 아들 서후에게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주고 마지막 인사가 될 줄 모른 채 인사했다. 비행기에 내려서 전화를 켰는데 많은 메시지가 와 있더라. 남편과 가족들이 서후가 안 좋으니까 바로 돌아오라더라. 공항에 도착해서 주저앉아 어쩔 줄 몰랐다. 장도연이 티켓을 구해서 돌아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5살이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집중치료실에서 생사를 다투게 됐다고. 성현주는 “병원에 도착했는데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던 아들이 집중치료실 안에 보기만 해도 차가운 기계를 달고 있더라. 그 모습이 너무 생경해서 다가가지 못했다. 약을 그만 써서 깨워 달라 했더니 며칠 안에 사망할 수 있다더라. 못 깨어난다고. 그렇게 병원 생활이 시작됐다”고 그날을 회상했다.
다만 그는 “많은 분들이 (아들의 사인에 대해) 추측하더라. 그날의 경위를 자식을 잃은 어미의 경솔한 마음으로 얘기했다가 다른 사람이 상처 받을까 봐 말을 아끼고 있다”며 아들의 사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렇게 성현주는 아픈 아들 곁에서 지극정성으로 간호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힘든 시간은 아니었다. 제가 낳은 귀한 생명만을 위해 오롯이 살았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충만하게 제 사랑을 전달한 시간이었다. 제겐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많은 걸 봤다. 이런 세상이 있구나, 다른 공부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이별의 시간이 도래했다. 성현주는 “크리스마스 3일 전 패혈증이 왔다. 이전 두 번은 잘 이겨냈는데 엄마의 감각으로 서후가 더 이상 싸울 힘이 없구나 싶더라. 상태가 안 좋아지니까 약물이 배출이 안 됐다. 온몸이 부풀어 오르고 혀가 입 밖으로 나오더라. 서후는 법당에 있다. 신도분들이 서후 앞에 군것질을 까서 주신다. 향내보다 단내가 법당에 가득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성현주가 아들의 이야기를 용기 내 풀어낼 수 있던 건 동료들과 가족들의 응원 덕분이었다. 그는 “서후가 입원한 당일에 검정 롱코트를 입은 개그우먼들이 많았다. 저한테 정신차리라는 말을 계속 했다. 정경미 언니가 수장이 돼서 단체방을 만들었다. 저를 지켜줬고 도시락을 챙겨줬다. 저를 살게 해줬다”고 고백했다.
다른 동료들에 대해서도 “김민경 언니는 수시로 먹을 걸 보내줬다. 오나미는 눈물이 많아서 제 곁에서 많이 울었다. 존경하는 동생 장도연도 바쁜데 제 곁에서 시간을 보냈다. 인품 좋고 좋은 사람이란  걸 시청자분들도 다 아는구나 싶더라”며 아낌없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에 정경미는 “사랑하는 나의 동생 현주야. 언니가 옆에서 늘 해줄 수 있는 건 많이 없고 턱없이 부족하지만 울고 웃고 얘기 들어주는 건 평생 함께 해줄 수 있다. 세상 밖으로 나와줘서 고맙다. 윤형빈 기도보다 너의 기도를 먼저 한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언니가 훨씬 더 사랑한다”는 영상편지를 보내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부모님은 버팀목이었다고. 성현주는 “우린 서후를 지켜내기 위한 한 팀이었다. 아버지는 소창 천을 끊어서 삶고 말리고 다림질까지 해서 기저귀를 만들어줬다. 엄마는 제 또 다른 손이 돼 주셨다. 부모님의 여생이 저 때문에 사라지는 게 마음 아팠지만 불효한다는 마음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엄마 아빠가 제게 단단하게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셨더라”고 털어놨다.
남편은 전우였다. 그는 “함께 전쟁터에서 싸웠다. 저랑 비슷한 온도로 아팠던 사람이니까 얼마나 아픈지 안다. 안쓰럽고 가엾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제가 이토록 그리운 서후랑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닮은 사람이니까. 좋은 남편이었지만 최고의 아빠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끝으로 성현주는 “사람들이 저를 조심스럽게 대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병원에 있을 때 혹시 아들이 깨어날까 싶어서 혼자 수어를 배웠다. 아이를 보낸 뒤 제대로 수어를 배웠다. 턱없이 모자라지만 농인 앞에서 수어로 웃겨드리고 싶다. 저의 길을 열심히 살아가겠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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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침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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